‘동’ 넘어 ‘구’ 단위 무더기로
2200개 단지 거래 제한되자
중개업소·단지 주민들 부글
“정책이 호떡이냐, 신뢰깨져”
정책전문가 이미지 대권겨냥
오시장 향후 행보도 타격
2200개 단지 거래 제한되자
중개업소·단지 주민들 부글
“정책이 호떡이냐, 신뢰깨져”
정책전문가 이미지 대권겨냥
오시장 향후 행보도 타격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을 마치고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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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서울시가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정 대상이 2200개 단지로 기존 ‘동’ 단위를 넘어 ‘자치구’ 단위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개발 호재나 정비사업 이슈가 없는 일반 아파트의 거래까지 규제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재지정된 직후인 19일 오전.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규제 대상이 된 송파구 잠실동의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 단지 내 중개업소는 대부분 블라인드를 내린 채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정부가 강남권 주요 지역 거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현장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여파다.
트리지움 단지 상가 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제를 풀고 나서 호가가 너무 많이 올라 정작 거래는 몇 건 이뤄지지도 않았다”며 “줬다가 빼앗는 식으로 한 달 만에 호떡 뒤집듯 정책을 바꾸면 앞으로 누가 정부와 서울시 말을 믿겠느냐”고 분개했다. 중개사와 인터뷰 중 먼저 말을 걸어오며 분노를 표출한 주민도 있었다. 트리지움 재건축 이전인 주공3단지 시절부터 이곳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내가 내 집을 사고팔겠다는데 왜 일일이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앞서 오 시장은 취임 후 지난해 8월까지는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토허제 적용 대상 확대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난 1월 입장이 반전됐다. 당시 오 시장은 “재산권 행사를 막는 토허제 해제를 검토 중”이라 밝혔고, 결국 지난달 재건축 아파트를 제외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허제 해제를 강행했다. 토허제 해제 후엔 강남권 집값 상승세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에 서울시가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날 토허제가 해제 약 한 달 만에 확대 재지정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신뢰도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유력 대권주자로서 이미지도 손상을 입게 됐다. 이날 유승민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재지정이 한 달 만에 뒤집을 가벼운 정책인가”라며 “문재인 정권의 바보 같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보수정권이 되풀이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토허제 재지정으로 가계약된 거래가 무산되거나 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하는 24일 이전에 급매매가 대거 이뤄지며 시장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날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오늘부터 24일 전까지 갭투자 난리 나는 것 아니냐. 사실상 강남권과 용산에 갭투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정부가 준 것처럼 느껴진다”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이번에 규제구역으로 묶이게 되지만 그동안 집값이 오르는 혜택을 사실상 전혀 보지 못한 단지도 상당수다. 한 동짜리 ‘나 홀로 아파트’나 지은 지 수십 년 된 아파트까지 자치구가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대상이 됐다. 경기도 하남이나 성남에 인접한 규제지역 외곽의 주택을 소유한 주민들은 오히려 집값 하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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