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올해 韓성장률 전망 2.1→1.5% 대폭 하향

높아진 무역장벽에 지정학·정책적 불확실성

내년 전망은 0.1%p 상향…“기저효과 추정”

美관세 타격 큰 캐나다·멕시코 하향 조정

中성장률 올려잡아…정책적 지원 강화 영향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감만부두,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 중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세 번째로 하향폭이 컸다. 정치적 혼란에 따른 내수 부진 장기화와 무역장벽 확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OECD는 17일(현지 시간)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경제가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매년 2회(5~6월, 11~12월) 경제 전망을 하고, 3월과 9월에는 중간 경제전망을 통해 전망치를 수정한다.

이번에 발표된 수치는 지난해 12월 경제전망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한국은행(1.5%) 전망치와 동일하고 국제통화기금(IMF·2.0%), 정부(1.8%), 한국개발연구원(KDI·1.6%) 등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최근 무역장벽 확대와 지정학·정책적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우리나라의 전망치도 함께 낮아졌다”면서 “한국의 성장세는 유지되나 기존 예상보다는 완만해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설명했다.

OECD는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하향 조정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관세율 인상 발표 등을 고려해 2.4%에서 2.2%로, 유로존은 지정학·정책적 불확실성이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보고 1.3%에서 1.0%로 각각 내려 잡았다.

특히 캐나다(2.0→0.7%)와 멕시코(1.2→-1.3%)는 무역 개방도가 높은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율 인상으로 부정적 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성장률을 큰 폭으로 조정했다. 일본도 1.5%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중국은 4.7%에서 4.8%로 소폭 올려 잡았다. 정책적인 지원 강화가 관세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OECD는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2%로 소폭 올려 잡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중간 경제전망인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담기지 않았다”면서 “올해 대폭 하향 조정한 만큼 이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1.9%로 둔화했다가 내년에는 2.1%로 올라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와 내년 모두 종전 전망치보다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OECD는 “무역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제 성장 영향을 주고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수 국가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 성장의 하방요인으로는 ▷무역장벽 확대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가능성 ▷인플레이션 상승에 따른 통화정책 제약 및 금융시장 변동성 ▷국방비 등 지출에 따른 장기적 재정압박 우려 등을 언급했다. 상방요인으로는 ▷향후 관세 인하 합의 ▷지정학적 분쟁 해결 등을 꼽았다.

OECD는 통화정책 측면에서 중앙은행이 높은 불확실성과 무역비용 상승 가능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정정책 측면에서는 부채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정부가 미래의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규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무역 체계 내에서 우려 사항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과 경쟁 촉진을 위한 구조 개혁, 인공지능 (AI) 기술 확산 지원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