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소녀의 초상(잔 에뷔테른)>, 1919 |
미의 여신 비너스의 그림과 조각이 있지만 가장 특이한 작품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는 조각상입니다. 많이들 보셨겠지만 이것은 구석기시대에 만들어진 석재 여인상입니다. 가슴과 배, 엉덩이가 강조돼 있는 것으로 보아 출산과 풍요를 기원하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비너스의 이미지는 할리우드 배우처럼 길쭉하고 마른 여인입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은 비너스를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처럼 짧고 뚱뚱한 모습으로 상상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 여성의 비만은 다산과 건강을 상징했거든요. 사람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은 끊임없이 달라집니다. 한때 축복이었던 비만이 오늘날에 저주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아름다움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의 마지막 그림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탈리아 태생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는 제1차 세계대전 후 파리에서 활약한 외국인 화가 그룹을 가리키는 ‘에꼴 드 파리’의 화가였지요. 가늘고 긴 얼굴, 긴 목의 여성들, 눈동자가 없는 눈 등 모딜리아니만의 독특한 초상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전히 둘 사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잔의 부모는 결국 딸을 데리고 가버렸습니다. 잔이 친정에 갇혀 있던 때 모딜리아니는 한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잔은 남편이 숨진 다음 날,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모딜리아니를 뒤따라갑니다. 사람들이 모딜리아니라는 천재를 알아봤더라면, 무례한 경찰이 전시회를 내버려뒀더라면, 잔의 부모가 사랑을 인정했더라면…… 모딜리아니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이제는 무의미해진 가정들을 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 아름다움이란 살찐 모습에 있는 것도, 비쩍 마른 모습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대방의 모습이 어떻든 우리가 사랑한다면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질 겁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지나치게 말랐거나 살이 쪘다고 느껴지실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런 마음은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더 많이 생겨나지요. 괜히 자책하지 마시라고, 그 모습을 사랑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건강과 사랑, 두 가지만 있다면 우리는 늘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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