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넉달 가까이 돼가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부터 각 정부 부처, 군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 시스템이 붕괴에 가까운 처참한 형편에 내쳐졌다. 기업과 가계는 바로 내일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할 정도로 앞날이 온통 막막한 처지다. 계엄과 탄핵이라는 내우(內憂)에 미국의 관세 전쟁이라는 외환(外患)까지 덮친 탓이다. 거리는 대통령 파면 요구와 탄핵 반대 시위의 두 편으로 쪼개졌다. 분열과 갈등은 갈수록 극심해져 테러, 선동, 협박이 21세기의 한국에서 이상하지 않은 뉴스가 돼 버렸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늦어질수록 진짜와 가짜를 헤아리기 힘든 온갖 억측과 소문들은 더 극성이다.
행정과 입법, 사법을 막론하고 주권자의 위임을 받은 모든 헌법 기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 운명과 국민의 삶을 뒤흔들어놓은 계엄 사태와,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내지 못하고 혼돈만 부추기는 수사·재판에 변명이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 검찰, 법원의 잘못이다. 지금 한국의 행정권력은 ‘혼란을 일으킨 자’, 입법권력은 ‘혼란을 부추기는 자’, 사법권력은 ‘혼란을 방치하는 자’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행정·입법·사법기관이 서로를 부정하는, 해괴한 사태가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총체적 위헌 상황이 아닌가.
민의 위에 법리가 있을 수 없고, 민생 밖에 통치가 있을 수 없다. 헌재의 재판관들은 “야근이라도 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흘려선 안된다. 탄핵 정국의 조속한 종식이 헌재의 책무다. 검찰과 법원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공정함이 요구된다. 여야 정치권은 더 이상 분열과 선동의 언어를 멈춰야 한다. 정부 부처와 관료들은 일신의 안위와 이해를 앞세우지 말고 민생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매시간 나라가 더 무너지고 쪼개지고 있다는 사실을 위정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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