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2, 3개 확보...생소한 국가라 인기 "
러군 여권, 14만 원 거래... '전리품'처럼 다뤄져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북한군 패치 여러 장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한 장에 약 7만 원에 팔리는 패치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이 착용했던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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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 관광명소인 '성 안드리 교회' 인근의 한 거리. 주말을 맞아 전통 의상, 공예품, 그림 등이 팔리는 노점 시장이 열렸다. 점포 하나가 시선을 끌었다. 군용품을 파는 곳이었다. 군종·부대별 상징을 담은 알록달록한 자태의 각종 '휘장'이 행인들의 발길을 잡고 있었다.
전란 탓에 관광객 씨가 마른 키이우에 나타난 '아시아인'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이 물어 왔다. "혹시 북한군 휘장에도 관심 있어요?"
주인 A씨에 따르면 북한군 휘장은 우크라이나·러시아 격전지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공수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기습 점령한 쿠르스크를 탈환하고자 러시아는 지난해 말 약 1만2,000명 규모의 북한군을 쿠르스크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소지품이 현지에서 활동하는 '브로커'를 거쳐 A씨에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일주일에 2, 3개 정도를 공급받는다. 지금까지 판 것도 15개 정도"라고 전했다.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다.
가격은 무려 2,000흐리우냐(약 7만 원). 우크라이나군 휘장(200흐리우냐)보다 10배 비싸지만 무섭게 팔려나간다. A씨는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우크라이나군 휘장과 달리 북한군 건 그렇지 않다. '(북한군이) 직접 착용했던 것'이니 비싸다. 그래도 없어서 못 판다"고 말했다. "북한이라는 국가 자체가 생소하기에 더 인기"라는 게 그의 짐작이다. 재고가 없는 탓에 이날 북한군 휘장을 곧장 살 순 없었다. A씨는 "새로 공수한 북한군 패치가 18, 19일쯤 들어올 것"이라며 "구매 예약을 하겠느냐"고 물었다.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별도의 장소에서 꺼내와 보여준 깃발.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됐던 북한군 소지품이라고 그가 주장한 이 깃발은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군 깃발을 합친 형태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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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른 선택지'도 제시했다. 차량에서 그가 꺼내온 봉투엔 북한군이 소지하고 있었다는 대형 깃발이 담겨 있었다. 북한 인공기와 러시아군 깃발을 하나로 합쳐놓은 형태였는데 이 역시 쿠르스크 전장에서 입수했다는 것이다. 가격은 4,000흐리우냐(약 14만 원)로 북한군 휘장의 2배였다.
16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한 노점에서 주인이 별도의 장소에서 꺼내온 러시아군 여권을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서 입수했다는 여권 가격은 4,000흐리우냐(약 14만 원)다. 키이우=신은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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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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