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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미·북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우려스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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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최우선 외교 목표는 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

트럼프가 핵 합의 이루려면 ‘단계적 비핵화’ 말곤 답이 없어

하지만 이는 ‘북핵 영구화’ 지름길

北은 언제든 약속 깰 수 있지만 제재 해제는 한번 풀면 못 바꿔

잘못된 합의 막는 선제적 노력을

12·3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대통령 탄핵과 계엄군 주요 지휘관들에 대한 수사로 이 나라 군 통수권과 군 지휘부가 대부분 마비 상태다. 마비라기보다는 하루아침에 별안간 증발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하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탄핵으로 모든 권한이 정지되었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국무총리도 탄핵 중이다. 현재 군 통수권은 최말단 사병으로 6개월 군 복무를 마친 경제부총리가 대행의 대행 자격으로 행사하고 있다. 그나마도 언제 탄핵 세례를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군 지휘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군 최고 지휘부인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이 구속되고, 유사시 전쟁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수도방위사령관, 특수전사령관, 정보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특수부대 사령관 전원이 구속, 해임, 직무 정지, 수사 등으로 정상적 기능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6·25 전쟁 이래 한국군 지휘부가 이처럼 일시에 초토화된 적은 없었다. 과거 북한 김일성은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했던 10·26 사태 때 남침을 결행하지 못한 점을 두고두고 후회했다는데, 북한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지금이 최적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신기한 점은 허구한 날 대남 군사 도발을 일삼던 북한이 그 흔한 미사일 도발과 비방 성명조차 거의 없이 조용하다는 점이다. 그보다 더 신기한 것은 이 같은 국가 안보의 비상 상황에서 우리 정부, 군, 국민 누구도 북한의 무력 침공을 걱정하는 기색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 북한의 군사 도발 위험이 있을 때마다 전군 비상경계령이 10여 차례 선포되었고 10·26 사태 때는 비상계엄까지 선포되었으나, 이번엔 전군 비상경계령 발동이 논의되었다는 얘기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러한 대북한 안보 인식 변화는 북핵 소동 속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어 온 남북한 간 군사적 역학 관계의 급속한 변화를 반영한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군 무기 체계의 획기적 강화로 분단 이래 70년간 지속된 재래식 군사력의 고질적 열세가 해소되었다. 반면에 북한은 국제사회의 핵무장 응징으로 2017년부터 본격화된 유엔 제재 조치에 따른 경제 파탄과 대북 원조 중단, 군사용 유류와 군량미 부족, 군 장비 노후화, 비축 포탄과 미사일의 대러시아 수출 등으로 전쟁 수행 능력이 고갈되고 있다.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로 인해 유사시 북한을 지원할 처지가 아니다.

북한의 당초 핵무장 의도는 대미 핵 위협으로 미군 개입을 막으면서 재래식 군사력으로 적화통일을 이루려던 것이었으나, 재래식 군사력의 피폐로 이제 그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 북한이 핵무장에 관해 품었던 기대와 달리, 오늘날 핵무기는 동반 자살을 각오하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없는 위협용·방어용 무기일 뿐이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핵무기를 못 썼듯이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에서 핵 사용 위협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핵무장의 딜레마에 갇힌 북한은 재래식 전쟁에서 사용 가능한 소형 전술핵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기술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설사 성공해도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건 자살 행위일 뿐이다.

이처럼 유엔의 대북 제재 조치는 그 본연의 임무인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지는 못했으나,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을 고갈시킴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을 막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 중이다. 앞으로도 유엔 제재가 존속되는 한 북한이 전쟁을 벌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불리한 현상을 타파하려는 북한으로서는 ‘비핵화 없는 제재 해제’가 최우선 외교 목표다. 이는 김정은이 2017년 제6차 핵실험 이래 집착해 온 소망이며, 미·북 정상회담 속개를 갈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이 비핵화를 완강히 거부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핵 합의를 이루려면 ‘단계적 비핵화’ 외엔 방법이 없다. 북한과 대북한 유화론자들이 주장하는 이 협상 방식은 얼핏 논리가 그럴싸해 보이나, 그간 수차 실패가 입증된 방식이며 북핵의 영구화로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이행’은 언제라도 파기되고 원상 복구될 수 있지만 그 반대급부인 ‘단계적 제재 해제’는 중·러의 반대로 영원히 복원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잘못된 합의를 통해 핵보유국 북한이 경제력을 회복하고 재래식 군사력까지 재건하는 최악의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강력한 선제적 외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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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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