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의정갈등]
의대생 복귀 시한 ‘마지막 일주일’
학생들 “2년이나 쉴순없다” 동요속… 강경파, 개원면허제 등 철회 요구
수업 복귀땐 따돌림 우려도 작용… 의료계 “정부-선배의사들이 해결을”
10일 서울 소재 의과대학 건물 안으로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이달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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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 0명’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의대생 복귀 시한(이달 말)이 임박하면서 각 대학은 학생 복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려대(21일), 연세대·가톨릭대(24일) 등 상당수 의대는 최종 등록·복학 신청 마감 기간이 약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의대생들은 아직 복귀에 신중한 모습이지만 ‘2년이나 쉴 순 없다’거나 ‘유급이나 제적 처리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등 내부 동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서도 “의사 면허도 없는 후배들을 인질로 삼지 말고, 정부와 선배 의사들이 링 위에 올라 의정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 의대 학장들 “이제는 돌아올 때”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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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서울 소재 한 대학의 의대 학장과 교수들은 학생들과 화상 간담회를 열고 이달까지 복귀하라고 호소했다. 두 학번이 함께 수강할 예과 1학년을 위한 교육 지원 방안과 본과 3학년부터 시작될 실기·임상 교육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학교와 병원의 계획을 설명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4학년생은 “간담회 후 심적으로 흔들리는 학생들도 꽤 있다. 그런데 내년도 모집 인원을 제외하면 (정부가)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왜 돌아가느냐는 분위기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 미래 수익 줄어들까 우려하는 의대생들
의대생들은 일정 기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진료 권한을 주는 개원면허제도 수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의사 면허 취득 후 개원가의 고수익·비필수 의료로 뛰어드는 의대 졸업생이 늘어나자 이들의 진료 역량을 높인다는 취지로 개원면허제를 검토 중이다. 5대 대형병원 필수과 교수는 “의료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필수의료 정책도 많은데, 미래 기대수익만 따져서 이를 철회하라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대의 폐쇄적 분위기 때문에 복귀를 주저하는 의대생도 적지 않다. 최근 건국대 의대생 단체 온라인 채팅방엔 ‘수업에 복귀한 학생은 더 이상 우리 동료가 아니다. 향후 학업과 학문적 활동을 함께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본과 2·3학년 입장문이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학생 과반이 수업 거부에 찬성했다며 수업을 듣지 말라고 종용하거나, 신입생에게 휴학을 압박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입학한 비수도권 의대 1학년생은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보단 대체로 ‘의사들에게 불리한 정책’이라고만 생각한다. 거의 다 휴학하니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 “의대생 희생 부추기지 말아야”
정부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때처럼 ‘유급, 제적’ 카드로 의대생을 협박했다. ‘내년 증원 0명’이라는 좋은 협상안을 마련해 놓고도 효과를 반감시켰다”고 아쉬워했다. 비수도권 의대 학장은 “명령한다고 고분고분 승복하는 세대가 아니다. 의정 갈등이 1년을 넘었는데, 정부가 아직도 전공의·의대생과 대화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섬세한 메시지 관리도 필요하다. 서울의 한 의대 학장은 “학생들에게 욕먹어 가면서도 복귀를 설득하고 있다. 망설이는 학생들이 용기 내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와 선배 의사들이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태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은 “정부가 ‘100% 돌아와야 복귀를 인정한다’와 같은 강경한 메시지로 학생들을 자극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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