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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회 주최자·유튜버들의 폭력 선동, 67명 死傷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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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촉구 집회(왼쪽)와 탄핵 반대 집회가 각각 수만명의 지지자가 참가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장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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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지난 주말 전국 곳곳에선 10만명 이상 참가하는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헌재와 법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서로를 향해 “내란 세력을 완전히 제압하자” “악의 무리들을 처단하자”고 했다. 극단적 혐오와 갈등, 폭력 선동이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는 “목숨 걸고 싸우자”는 선동 문구와 ‘성전(聖戰)에 참전하는 아스팔트 십자군’을 자처하는 선언문 등이 나돌고 있다. 일부 유튜버는 “헌법재판관에게 변장해서 접근” “몇몇 없애고 분신하겠다”는 주장까지 폈다. 헌법재판관과 판사, 정치인 등에 대한 온라인 협박 글도 넘치고 있다. 경찰이 수사 중인 것만 120여 건이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한 인사는 “헌재가 딴짓하면 한칼에 날려버리겠다”고 했다. 탄핵 찬성 단체들은 헌재에 ‘빨리 파면하라’고 압박하는 팩스 폭탄을 수백 통씩 보냈다. 탄핵 선고 당일이 ‘최후의 결전 아마겟돈이 될 것’이라는 섬뜩한 예고까지 나온다. 서울 서부지법 난입을 뛰어넘는 대규모 폭력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탄핵 선고 당일 테러·폭력·분신·소요 사태에 대비해 최고 경비 태세인 갑호 비상령을 내리기로 했다. 서울 도심에 1만2000명의 경찰을 배치하고 헌재 주변에 이중 삼중 버스 차벽을 쌓아 충돌·난입 사태를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만명 이상 시위대가 한꺼번에 몰리면 경찰력만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도 경찰을 총동원했지만 폭력 사태를 막지 못했다. 당시 시위대는 “헌재를 박살내자”며 죽봉과 각목을 휘두르고 경찰과 충돌했다. 일부는 버스 차벽을 넘고 차량을 탈취했다. 시위 참가자 4명이 대치 중 떨어진 스피커에 맞거나 인파에 눌려 사망했고, 경찰과 시위대 등 63명이 부상당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말로는 “승복하겠다”고 해놓고 뒤로는 장외 집회를 독려하거나 헌재를 압박·비난하고 있다. 의원들은 장외 집회에 대거 참석하면서 행진·단식·삭발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이러고서 어떻게 국민엔 승복과 통합을 말할 수 있나. 집회 주도 단체와 유튜버들도 극단적 혐오와 갈등, 폭력을 부추기는 행태를 삼가야 한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고 무책임한 선동을 하는 것인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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