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
지난 4일 일본 도쿄 지하철 가스미가세키역 벽면에 있는 '사린가스 희생자 진혼비' 앞에 선 한 일본인 여성이 합장하고 있다(왼쪽). 1995년 3월 20일 14명을 사망케 한 '사린가스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 30년을 맞았다. 당시 의료진이 사상자를 구급차로 이송하는 모습(오른쪽). /성호철 특파원,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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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역무원 2명은 급히 지하철의 사린가스 봉지를 역무실로 옮겨 와, 하마터면 수백 명 이상이 죽을 뻔한 상황을 막았다. 하지만 정작 사린가스에 노출된 그 역무원 2명은 사망했다. 진혼비에는 “적확한 판단으로, 많은 승객의 목숨을 구하고 순직한 다카하시 가즈마사와 히시누마 쓰네오의 공적을 기억한다”고 쓰였다. 이 역의 오기하라 역무원은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더라도 희생자를 잊지 말자는 진혼비”라며 “한 해도 빠짐없이, 3월 20일에는 역무실에 헌화대를 마련해 테러의 날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오는 20일 사린가스 테러 30년을 맞는 일본 사회는 ‘사린 테러를 잊지 않는 법’을 고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당시 현장 사진·목격자 증언·피해자 진료 기록 등을 전산화해 영구 보존하기로 했고, 도쿄 아다치구는 ‘사린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방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그래픽=정인성 |
사린 테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 ‘언더그라운드’에서 “그것(사린 테러)을 통과하기 전과 후, 일본인의 의식은 크게 바뀌어버렸다”고 할 정도로, 일본의 사회 질서를 뒤흔들어 놓았다.
범죄의 주요 타깃은 세 지하철 노선이 만나는 가스미가세키역이었다. 일본 경찰의 수사 압박을 받던 옴진리교가 법무성·외무성·국토성 등 중앙 부처가 집결된 가스미가세키역의 출근 시간에 일을 벌여, 일본 정부의 마비를 노렸던 것이다.
다른 도주 테러범들에 대한 추적은 이후 17년간 끈질기게 이어졌다. 마지막 지명수배범 다카하시 가쓰야를 만화방에서 검거한 것이 2012년 6월로, 사건 발생 17년 만이었다. 일본의 살인죄 공소 시효는 15년이었지만, 일본 국회는 형법을 개정해 중대 범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일본 경찰은 그렇게 17년간 모든 지명수배자를 한 명도 빠짐없이 검거했다.
일본 사법부의 재판은 엄중했다. 사린 테러 관련 재판은 사건 발생 23년 만인 2018년 1월 실행범 다카하시에게 무기징역형이 확정되면서 모두 끝났다. 교주 아사하라와 옴진리교 간부, 사린가스 제조범·실행범 등 13명은 사형 선고를 받았고 188명은 무기징역 등 유죄를 선고받았다. 일본 법무성은 사형 집행에 주저함이 없었다. 같은 해 7월 6일 교주 아사하라 등 7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고, 이어 26일 나머지 6명도 사형에 처했다.
옴진리교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1996년 옴진리교를 강제 해산했지만, 아사하라의 교리를 잇는 히카리노와·아레프 같은 종교 단체는 남아 있다. 옴진리교의 교주 아사하라는 인간을 ‘영적 인간’과 ‘동물 인간’으로 분류한 뒤, 동물 인간들을 절멸해 인간 종(種)을 재설정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히카리노와와 아레프는 ‘사린 사건은 다른 자가 저지르고 옴진리교에 뒤집어씌운 음모’라며, 아사하라 교주를 지지한다.
일본의 우려는 ‘젊은 세대가 언젠가 사린을 잊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본 국영방송 NHK가 작년 12월에 테러 피해자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 87%가 ‘사린 사건이 잊히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사건 당시 현장 사진, 피해자·목격자의 증언, 유족들의 수기 등을 전산화해 영구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를 21일 공개할 계획이다. 도쿄의 아다치구는 ‘사린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방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매년 3월 20일을 추모의 날로 지정하고, 학생들에게 이 사건을 지속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전례 없는 화학 테러의 교훈을 후세에 남기려는 목적이다.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 도쿄 지하철 가스미가세키역 등 18개 역과 지하철 객차 다섯 칸에 청산가리의 500배 독성인 신경계 독가스 사린이 살포돼 14명이 숨지고 6300명이 다친 테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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