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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中 부동산 붕괴, 빅테크는 부작용...“시진핑식 충격요법이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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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차이나]

서방 언론이 보는 중국 경제

中, 올 성장률 목표 5% 제시

전문가들은 4%대 중반 예상

리창 중국 총리가 지난 3월5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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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중국 총리가 3월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정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전후로 제시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주요 투자은행들이 4%대 중반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모험적인 목표치를 내놨어요.

중국 경제는 2021년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침체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와 소비가 극도로 부진한 상황이죠. 그나마 수출이 성장을 끌고 왔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도 높은 관세 전쟁을 예고하고 있어 이마저도 불안한 상황입니다.

리창 총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4%까지 끌어올려 적자폭을 작년보다 1조6000억 위안 늘리고, 초장기 특별 국채 1조3000억 위안(약 260조원)도 발행한다고 했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의 경기 부양책을 냈던 것처럼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뜻입니다.

◇수입 급감하는 등 연초부터 먹구름

국제 사회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해요. 중국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놓은 시진핑표 경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입니다.

중국 정부가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지만, 중국 경제는 연초부터 맥을 못 추고 있어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7%, 생산자 물가지수는 -2.2%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우려가 더 깊어졌습니다.

올해 1~2월 수입액도 작년 같은 시기보다 8%가 줄었어요. 원유는 5%, 정제유는 16%, 철광석은 8%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기업 활동에 중요한 원자재 수입이 큰 폭으로 줄었다는 건 제조업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하겠죠. 수출 증가율도 2.3%에 그쳤습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지켜보자는 분위기입니다. 과감한 부양책을 쓰는 건 좋지만,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거죠. “환상일 뿐”이라고 한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미국발 관세 전쟁도 부담

블룸버그통신은 3월5일 자에서 77명의 분석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4.5%였다고 보도했어요. IMF도 4.6% 성장을 예상합니다.

올해 중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미 중국에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왕타오는 아시아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10% 관세를 인상하면 중국의 성장률은 0.3~0.4% 포인트 감소할 것”이라고 했어요.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 0.6~0.8% 포인트 줄어든다는 겁니다.

리창 총리의 업무 보고를 보면 중국이 경제 문제 해결을 고심하는 흔적이 보여요. 재정적자 비율을 3%에서 4%로 끌어올리면 늘어나는 적자 규모는 1조6000억 위안에 달해요. 여기에 1조3000억 위안의 특별 국채를 더하면 2조9000억 위안(약 580조원)의 빚을 내는 겁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시진핑 주석 자신”

지난 5년간 민간 기업을 강하게 압박해온 시진핑 주석이 지난 2월17일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등 14명의 민간기업가를 불러 좌담회를 가진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미국의 기술 규제, 국내 경기 침체 속에 민간 기업이 투자, 고용 부문에서 역할을 해달라는 거죠. 시 주석이 민간 기업가와 만난 건 2018년 이후 7년 만입니다.

유럽 언론에서는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진핑 주석 자신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스위스 유력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은 3월6일 ‘중국 정부가 잘못된 정책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습니다. 중국 경제가 어려워진 데는 미중 경쟁에 따른 지정학적 요인도 있지만 중국 정부 자체의 잘못이 더 크다는 지적이었어요.

이 신문은 시 주석이 2021년 학부모들의 사교육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사교육 규제를 지시하면서 수백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걸 예로 들었습니다. 12만4000개에 달했던 사교육 업체가 4932개로 줄었다고 하죠.

스위스 유력 일간지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NZZ)’은 3월6일 베이징발 칼럼에서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진핑 주석 자신"이라고 썼다. /N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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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붐, 경기 회복 기여 못해”

2021년에는 알리바바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반독점 조사를 벌였고, 빅테크 기업 내에 공산당 간부들까지 배치했습니다. 그로 인해 2022년 1분기 중국 과학기술산업 분야 투자가 42.6% 줄었고 일자리 21만8600개가 사라졌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어요. 사교육비 경감, 독점 폐해 해소 등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충격 요법과 위협으로 단숨에 문제를 해결하려다 부작용이 더 커졌다는 겁니다.

2021년 시작된 부동산 거품 붕괴도 비슷한 방식이었어요.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겠다면서 일거에 부동산 업체의 돈줄을 묶는 ‘세 가지 레드라인(三道紅線)’ 정책을 시행했다가 부동산 시장 전체가 무너졌습니다. 부동산은 중국 가구 자산의 70%를 차지해요. 부동산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도 같은 날 “중국이 인공지능, 전기차 등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지만, 거시 경제는 회복이 더디고 국민은 경기 침체에 낙담하고 있다”고 썼어요. 이 신문은 “중국 과학기술 발전의 상징으로 통하는 딥시크의 사무실에는 고작 수백명의 직원이 있을 뿐”이라면서 “테크 붐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민영 기업 심포지엄에 참석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과 악수하고 있다.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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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우면서도 먼 이웃, 다 아는 것 같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중국을 탐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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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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