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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5 (토)

이창용 "합계출산율 0.75명 지속하면 2050년대 '마이너스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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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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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0.75가 지속된다면 2050년대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4일 오전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GEEF) 기조연설에서 "현재 출산율 0.75가 지속될 경우 한국의 인구는 5170만명에서 50년 후 현재의 58%인 3000만명 수준으로 급감하며 인구감소율은 1.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3년 기준 46.9%이지만 출산율이 0.75 수준을 유지할 경우 50년 후 182%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국가재정은 더욱 악화되며 고령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금, 의료, 돌봄 등 재정지출에 대한 청년세대의 부양부담이 급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한국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근본 원인으로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지목했다. 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는 일자리와 사교육이 밀집한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현상을 꼽았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과도한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점도시 육성'과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다시 한번 제언했다.

'거점도시 육성'은 우리나라 국토 면적과 인구수를 고려해 2∼6개의 소수 거점도시에 정책지원을 효율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입학 정원의 대부분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 기준과 전형 방법 등은 자유롭게 선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총재는 "지난 20여년 동안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지역균형 발전 정책이 시행됐지만 지역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제약이 많았고 낙후지역의 기본적인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공평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정책지원이 너무 많은 지역으로 분산됐다"며 "그 결과 한정된 자원이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면서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역별 비례선발제는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서울로 집중된 입시경쟁이 완화되면서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출산율 반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학이 다양한 지역 출신 학생들을 선발함으로써 학생들이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배울 기회를 갖게 돼 장기적으로 지역 간 갈등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한편 이 총재는 기후 변화 문제 해결도 지속가능한 미래 해결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쁜 공기 질 △잦은 집중 호우 △줄어드는 사과 재배 가능 지역 △명태 어획량 감소 등을 사례로 들며 "기후변화는 수출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과 다양한 국내 산업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우리나라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친환경의 정의를 더 명확하게 제시함으로써 탄소 감축을 위한 분명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탄소배출권 가격을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가격이 과도하게 낮으면 기업들은 탄소를 줄이기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기준 톤(t)당 탄소배출권 가격은 전세계 평균 약 30달러, EU(유럽연합) 약 60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6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 총재는 구체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탄소배출권 거래제에서 현재 90%에 달하는 무상 할당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배출권 총량도 점진적으로 줄여 시장원리에 따라 배출권을 거래할 유인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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