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20% 밑으로 하락했다. 비상계엄 사태로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벌이는 쪼그라들고, 빚은 불어나며 폐업에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박경민 기자 |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2857만6000명) 가운데 자영업자는 565만7000명으로 19.8%를 차지했다. 연간 기준으로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월간 기준으로도 올해 1월 취업자(2787만8000명) 중 자영업자 비중은 19.7%(550만명)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저였다.
자영업자 수로 따져보면 전년 동월 대비 2만8000명 감소하며 1월을 기준으로 2021년 이후 처음 감소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 자영업자 규모와 단순 비교하면 20만6000명(원계열 기준) 적은 규모다. 다만 통계청은 계절적 요인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겨울철엔 농사를 쉬는 농림어업 자영업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월간 비교가 가능한 통계로 비교해도 1월 자영업자 수는 작년 11월 대비 2만4000명(계절조정계열 기준) 감소했다. 그만큼 짧은 기간에 빠르게 자영업 경기가 악화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자영업 비중 축소는 경제 구조 변화보다도 내수 부진에 원인이 있다. 영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자영업은 특정 업종에 집중돼 있는데, 지금은 소비자 수요가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수요가 떨어져 있으니 자영업으로 돈을 벌기는 더 어렵다”고 했다.
10일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 주방가구 매장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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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외식업계 타격이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외식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외식업계 체감 경기 지수는 71.52로, 전 분기 대비 4.52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보다 낮다는 것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한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5월까지 전북 전주에서 카페를 하다 장사가 안돼 폐업한 박모(35)씨도 아직 남은 빚을 갚기 위해 ‘쓰리잡’을 하고 있다. 박씨는 “1억원을 받았던 대출 원금이 7000만원 정도 남아 있다”며 “회사에서 퇴근한 뒤 밤 9시까지는 배달, 이후에는 대리운전을 하고 새벽에 들어와서 다시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폐업한 자영업자 빚 문제는 심각한 상태다. 한국신용데이터(KCD) 최신 집계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폐업한 사업장 수는 48만5000개에 달했다. 개인사업자 대출 보유 사업장(361만1000개)의 13.4%를 차지한다. 폐업 상태 사업장이 갖고 있는 평균 대출 잔액은 6258만원, 평균 연체 금액도 601만원에 이른다.
세종=임성빈 기자, 전민구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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