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총수 자택이 밀집한 서울 한남동의 한 주택가 전경.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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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70)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최고경영자(CEO)를 지낼 당시 1년에 두 번 꼬박꼬박 휴가를 챙겼다. 휴가 이름은 ‘생각 주간(Think Week). 빌 게이츠는 이 기간에 TV·라디오는 물론이고 전화도 끊고 캘리포니아 별장에서 은둔했다. 하루 18시간 이상 책과 보고서를 읽으며 새로운 경영 전략을 구상했다. MS의 인터넷 브라우저도 생각 주간에 나온 아이디어다.
설 연휴에다 27일 임시공휴일, 상당수 대기업이 전사 휴무일로 정한 31일까지 포함해 최장 9일간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 대기업 ‘회장님’들도 모처럼 만에 휴식 중이다. 다만 경영 현안이 많은 만큼 대부분 빌 게이츠처럼 자택에서 ‘방콕’하며 경영 구상에 몰두할 계획이다. 회사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사법 리스크(위험)부터 경영 환경 악화, ‘트럼프 2기’ 출범 변수까지 신년 현안이 쌓여 있어서다.
이재용(57) 삼성전자 회장은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2월 3일로 다가온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서다. 지난해 2월 1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1년 만이다. 2심은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투는 사실심의 마지막 단계다. 유·무죄 판결 여부에 따라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2심 이후 일정에 대해 숙고할 전망이다.
이 회장의 명절 연휴 정중동(靜中動) 행보는 이례적이다. 이 회장은 삼성을 본격적으로 이끌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설·추석 연휴에는 주로 해외 현지 사업장을 방문해 가족과 떨어져 일하는 임직원을 격려해왔다. 글로벌 기업 CEO와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일정을 따로 잡지 않고 쉬기로 했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것을 제외하고는 대외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 부진에서 비롯한 ‘삼성 위기론’을 들여다보고 경영 전반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55) 현대차그룹 회장도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한남동 자택에 머물며 경영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가(家)가 신정에 차례를 지내는 만큼 완벽한 ‘생각 주간’에 들어간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 부정적인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는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대응 방안 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달 초 주요 그룹 중 가장 먼저 발표한 현대차 역대 최대 규모 투자(24조3000억원) 계획과 관련한 전략도 가다듬는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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