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전 외교장관 인터뷰
트럼프, 1기 때보다 정책 신속 추진할 것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면
핵 도미노 현상 불가피하다는 점 강조해야
‘정상 부재’ 상황에서 민관 총력외교 필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하면
관세 협상 등 ‘크게 주고 크게 받는’ 전략 가능
트럼프, 1기 때보다 정책 신속 추진할 것
북한의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면
핵 도미노 현상 불가피하다는 점 강조해야
‘정상 부재’ 상황에서 민관 총력외교 필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하면
관세 협상 등 ‘크게 주고 크게 받는’ 전략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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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전 외교장관. [사진=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연락할 의향이 있다고 발언했다. 외교가는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발언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긴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빠른 언급이라는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자처한 ‘평화 중재자’로서의 행보를 신속하게 이행하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장 먼저 종식하고, 중동 전쟁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공언해 왔다. 북한 문제는 후순위였으나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직접 지원하면서 북한과 대화의 중요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있다.
윤 전 장관은 따라서 우리 정부는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미국에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외교가 어렵다면 국회와 기업 등이 미국과 접촉에 나서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미국에 한국은 거래 상대가 아닌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 동맹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는 제언이다.
아래는 윤 전 장관과의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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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2차 북미정상회담’ 베트남 하노이 소피아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가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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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지칭했다
▶피트 해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도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칭했는데, 앞에 지위(status)가 붙었다. 과거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북핵에 대해 취했던 입장과는 다르다. 이건 북한의 핵능력이 대폭 증가한 데 대한 좌절감일 수도 있고, 핵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현실감일 수도 있다.
―미북대화가 다가오는 흐름이다
―우려되는 부분은
▶딜의 전제가 되는 건 인식이다. 미국이 북한을 핵 보유국 지위로 인식하면 미북 사이 핵군축 혹은 핵감축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게는 불충분한 딜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은
이러한 소통은 한국이 해도 되고, 일본이나 호주 또는 나토 국가들과 함께 미국에 이야기를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에 인·태 지역 안보와 관련해 한국은 거래 상대가 아니라 전략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인·태 지역 안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장치는 한미일 3각 안보 체계이며 그 중 한미동맹이 핵심이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구축한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와 한미일 공조가 인·태 안보의 큰 2개의 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 된다.
―현재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은 좋지 않다
▶북한의 심각한 핵과 재래식 도발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나라의 경우 절체절명의 국가안보 위기에서 군 통수권자 또는 대행자가 수분 내에 독자적 결단을 내리거나 미국의 외교·안보 리더십과 초 긴급 협의를 해야 한다. 미국이 사태초기부터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인데 그 함의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시기적으로 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후 동맹 및 대북 정책, 무역 투자 문제에 대해 긴밀히 조율해야 할 시점에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우리의 교섭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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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 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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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국면 속 한국의 전반적인 대미 외교 전략은 어때야 하는가
▶우리 외교가 국내적 상황으로 위축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계속 중심적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초당적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주고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국회, 기업, 여론 주도층 등 모든 분야가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위기를 극복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함. 어떠한 경우에도 안보 공백이 없도록 한미 외교안보 당국 간에 더욱 긴밀히 공조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어떤 공조가 가능할까.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관민 협력, 초당 외교 하에 ‘트럼프 맞춤형 접근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와 가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 트럼프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 트럼프 지지 단체 등 분야별 소통 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연방 정부뿐 아니라 플로리다주 등 트럼프와 내각의 관심 주에 대한 집중 공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플로리다주 공관 설치 등도 방법이다.
미국은 외교 정책이 점차 국내 정치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비전통적 방식의 외교 스타일과 협상 방식을 구사하는 정부가 재집권하고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도 대중 영합주의적 정책이 상당 기간 게속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우리 외교도 미국의 국내적 변화에 맞춰 전통적 방식의 외교뿐 아니라 파격에도 쉽게 적응하고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창의력, 침투력을 제도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정상 외교가 불가능한 가운데 추천할 만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 방안이 있나
▶정부는 이미 작년부터 트럼프 측 인사들과 다양한 접촉을 추진해 왔고 그 가운데 고위층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고위 인사들에게 우리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기업, 연구소, 의회, 군, 종교계, 동포 사회 등 가능한 모든 채널을 활용할 수 있다. 특사 외교도 하나의 방법이다. 트럼프 측도 우리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꽤 있는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재협상 요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행정부와 합의한 결과를 잘 활용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선박 건조나 수리 보수 등 우리가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주고 받기’ 판을 확대할 수 있다. 미국의 요구 범위가 확대될 경우 우리도 크게 주고 크게 받는 접근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확장 억제 관련 역제안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NATO(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 일본 등 동맹에 대한 요구와 대응을 참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비용 분담 차원이 아니라 역할 분담 차원에서 한국이라는 동맹이 복합 위기 시대에 얼마나 미국에 큰 전략적 가치인지를 미국 행정부, 의회, 여론 주도층에 정교하고 일사분란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관세 부과 등 사실상의 제재 우려도 있다
▶우리 기업들이 왜 미국으로부터 배려 혹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논리를 잘 세워야 한다. 그래야 방위비 분담 등 요구가 있을 때 이를 연결지어서 큰 거래를 할 수 있다. 우리가 우리 카드를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지만 완벽하게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미국의 의도가 나타날 때 우리가 생각하는 포괄적인 협상 구상, 포괄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호의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많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트럼프 2기 대중국 강경 태세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은 어떤 외교 전략을 취해야 하나
▶대중국 압박과 견제 정책이 예상되는 상황 하에서 한국 정부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와 최대로 공조를 강화한다는 기조 아래 대중국, 대일본 정책을 조율해 나가는 게 현실적이다. 대중국 정책은 한중 양자를 넘어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통합적으로 보지 않으면 한미 간 계속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지정학적 구도임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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