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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日소주 불티나고 전국에 '오마카세'… 일식에 홀린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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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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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 권 모씨(40)는 지난해부터 해외 직구(직접구매) 플랫폼을 통해 매달 일본 증류식 소주를 직구해서 즐기고 있다. 국내 희석식 소주보다 양이 많고 맛도 좋은 데다 가격대도 부담스럽지 않아서다. 권씨는 "우리나라 소주보다 풍미가 있고 맛이 훨씬 다양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안 모씨(31)는 지난해 두 차례 일본 여행을 다녀온 뒤로 일본 미식 문화에 푹 빠져 있다. 일본 라멘과 스낵을 직구로 매월 사 먹는 데서 나아가 서울에 문을 연 현지 미식 브랜드를 찾아가는 게 취미가 됐다. 안씨는 "현지 '맛집'을 국내에서 체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국내 미식 문화가 발전하면서 이웃 나라 일본에서 소주나 라멘, 디저트 등을 직구로 사 먹는 개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생소했던 일본 소주에 대한 입소문이 돌면서 지난해 직구 물량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매일경제신문이 해외 직구 플랫폼 몰테일에 의뢰해 확보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 일본 소주를 직구 방식으로 구매한 물량은 2023년 대비 무려 1만5807%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한 일본 소주 매출은 전년 대비 6880% 급증했다. 몰테일을 자회사로 둔 이커머스 업체 커넥트웨이브 관계자는 "2023년 일본 소주 판매량은 101병에 불과할 만큼 미미했으나 지난해 1만6066병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소주를 제외한 와인, 위스키, 사케 등 다른 주류 품목도 마찬가지다. 2023년 총 9581병이 몰테일을 통해 판매됐고, 2024년에는 2만5312병으로 3배 가까이 판매 물량이 급증했다. 올해 1월의 경우 소주, 와인, 사케 등 전체 주류 품목 직구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324% 늘어났다.

유통 업계에선 국내 주류 매출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본 주류가 강세인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엔저 현상으로 인해 국내 주류 대비 '가성비' 측면에서 낫다는 평가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소주는 1병당 900㎖로 양이 많고 알코올 도수는 25%로 국내 소주보다 2배가량 높다. 가격대는 1병당 2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이들 소주는 국내에 보편적인 희석식 소주와 달리 증류식으로 제조된다.

현재 주류 1병(150달러·1ℓ 이하)을 직구로 구매하면 관세와 부가가치세는 면제를 받는데, 그 이상은 관세(15%)와 주세·교육세(물품 가격과 관세 합계의 33%), 부가세(물품 가격·관세·주세·교육세 합계의 10%)를 내야 한다.

업계에선 일본 여행객이 급증한 점도 일본 술 직구가 증가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현지에서 식문화를 접한 여행객들이 귀국한 뒤 직구 플랫폼을 통해 제품을 다시 찾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노선 이용객은 2514만명으로 종전 역대 최대 기록이었던 2018년 2136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국내에서 화요, 원소주, 일품진로, 안동소주 등 증류식 소주가 이슈몰이를 하면서 고구마 소주, 보리 소주 등 일본 소주에 대한 애주가들의 관심이 덩달아 커졌다"며 "기존에 일본에서 위스키·와인 직구를 많이 했다면, 더 저렴한 일본 소주를 찾는 고객층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라멘, 디저트 등 비주류 품목 직구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직구관'을 운영하는 롯데온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직구관을 연 지 한 달 만에 30% 이상 라멘, 디저트, 스낵 등 일본 제품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에서 소문 난 맛집들이 한국에 속속 상륙하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일본 식료품 직구가 늘어나고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수요층이 넓어지자 현지 토종 브랜드들의 진입이 수월해졌다.

실제로 일본 도쿄를 대표하는 스시 브랜드 '이타마에 스시'가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디타워에 국내 1호점을 열었다. 일본의 유명 라멘 식당 '더 라멘 워'도 지난해 11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에 문을 열었다.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첫 번째 해외 매장이다. 도쿄 여행객들이 찾는 맛집으로 꼽히는 숯불 '함박스테이크' 전문점 '히키니쿠토코메'도 지난해 4월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열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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