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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컹컹, 여기요!"… 활주로 누비며 참사 수습한 네발의 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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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한 경찰견]무안 제주항공 참사에서 활약한 체취증거견

[편집자주] 전국 곳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특수한 경찰이 있다. 마약, 전자기기, 칼 등 찾지 못하는 것이 없다. 사건 현장에서 발휘하는 그(?)의 능력은 여느 경찰 못지 않다. 대견한 경찰견들의 활약상과 국내 경찰견 운영 현황을 알아봤다.

지난 7일 전국 8개 시·도 경찰청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체취증거견 15마리를 투입했다. 이들은 9일간 시신 조 30여편과 기체 중요 부품, 희생자 유류품을 찾아냈다. /사진제공=경찰청 체취증거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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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은 꼬리를 늘어뜨린 채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를 누볐다. 코를 땅에 박고 냄새를 맡다가 희생자의 금팔찌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핸들러(경찰견운용요원)'를 차분히 기다렸다.

네 발의 경찰관 15마리가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 투입된 건 지난 7일이다. 사고 10일째로 희생자 179명 전원의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한 직후다. 경찰견들은 9일간 2.8㎞ 길이의 활주로 일대를 누비면서 시신 조각 30여편과 기체 중요 부품, 희생자 유류품을 찾아냈다.


과학수사 숨은 영웅… 10시간 전 찍힌 발자국 냄새도 인지

지난 7일 전국 8개 시·도 경찰청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체취증거견 15마리를 투입했다. 이들은 9일간 시신 조 30여편과 기체 중요 부품, 희생자 유류품을 찾아냈다. /사진제공=경찰청 체취증거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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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현장에서 활약한 체취증거견은 과학수사 분야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람보다 1만배 가량 발달한 후각으로 강력 사건의 변사체나 피의자를 찾고 실종자 수색 임무를 맡는다. 산이나 물에서 고유의 냄새를 인지하고 인적·물적 증거물을 검색하고 수집한다. 경찰견들은 2023년 강남 코인 납치 살인 사건, 2018년 강진 여고생 살인 사건 등 굵직한 강력 사건에서 스모킹 건을 찾았다.

평지에서 5㎞까지 체취를 맡을 수 있고, 산 속에서도 최대 3㎞ 떨어진 사체도 수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10시간 내에 찍힌 피의자의 발자국 냄새도 인지해 범인의 향방 추적도 가능하다.

특히 말리노이즈는 체취증거견으로 주로 활용되는 견종이다. 성격이 온순해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개와도 잘 지내고, 사고 현장에서 분위기를 읽고 교감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무엇보다 사람의 통제와 지시가 없어도 임무를 수행할 만큼 자율성을 발휘하는 장점을 갖췄다. 마약·폭발물 탐지견과 달리 목줄 없이도 광활한 지역을 수색할 수 있다.

다만 자율성 때문에 위험천만한 순간을 맞는 경우도 많다. 핸들러 시야에서 사라져 험한 지형지물에서 추락하거나 야생동물을 쫓다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자가 사라지거나 시체를 매장한 강력 사건 현장은 대부분 위험한 곳이니까 같이 다니면서 쌓이는 정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며 "사람들을 구조하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때 체취증거견 덕분에 보람을 느낀다. 그 마음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매일매일 야산과 하천을 오가며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일 전국 8개 시·도 경찰청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체취증거견 15마리를 투입했다. 체취증거견이 눈이 온 활주로를 수색하는 모습. /사진제공=경찰청 체취증거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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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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