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1 (금)

[기고] 더 뜨거울 여름, 취약계층에 시원함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

머니투데이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의원실 제공



최근 기후위기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소속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4년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6℃ 상승한 15.10℃를 기록하며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이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제한하자고 약속한 파리협정이 깨진 역사상 첫 해였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WMO)도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이상기후로 최소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2024년 평균기온 14.5℃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다. 폭염일수는 30.1일, 온열질환자는 3704명(사망 34명)으로 역대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후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국립기상과학원은 2022년 '남한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서 "2081년에는 우리나라가 여름일수 170일, 폭염일수 79.5일로 1년 365일 중 여름이 절반인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서울은 폭염일수가 15.0일에서 109.8일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특히 2025년 1월 전국 평균기온은 -0.2℃로 평년보다 0.7℃도 높게 나타나는 등 올해도 작년만큼 더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무더위가 계속되면 에어컨 등 냉방기 사용이 어려워 폭염 취약성이 높은 저소득층과 고령가구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온열질환자는 약 69%씩 증가한다.

그러나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비해 취약계층 보호 예산을 확대해야 하지만,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 예산은 작년 6856억 원에서 2025년 5013억 원으로 오히려 27% 삭감했다.

또 정부는 국회의 요구에도 2022년 기존 영구임대주택 에어컨 설치 사업 논의를 중단시켰으며, 관련 예산 반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에 2년간 지속된 역대급 더위를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의 56.6%는 에어컨도 없이 견뎌야 했다.

저소득 취약계층과 고령가구도 시원한 여름, 따뜻한 겨울을 보낼 권리가 있다. 헌법 제35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취약계층이 한여름 폭염에도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기존 영구임대주택에 고효율 에어컨과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신속하게 설치해야 한다.

또 2023년 전기요금 등을 내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수원 세 모녀처럼 세상을 등지는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에너지바우처 예산을 확대하고,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영구임대주택에 공급되는 난방연료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2025년은 작년보다 더 더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여름은 더 길어질 것이다. 한여름 더위로부터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과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 정부가 신속하게 추경 예산에 영구임대주택 에어컨 등 설치 예산과 에너지바우처 지원 예산을 편성해 취약계층에게 시원한 여름을 선물해줄 것을 촉구한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