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에 트럼프·고환율까지…사상 첫 3사 '동반 적자' 빨간불
설비투자 줄이고 ESS·LFP 집중…"하반기부터 회복기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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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K-배터리가 적자의 늪에 빠졌다. '제2의 반도체'로 꼽히며 한국 산업계의 혜성처럼 떠올랐지만, 두 해를 넘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불황의 골이 깊어진 탓이다. 반(反) 전기차 정책을 예고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고환율도 배터리 업계를 옥죄고 있다.
캐즘·트럼프·고환율 삼중고에…3사 동반 적자 유력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지난해 4분기 나란히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미 4분기 실적이 적자다. 조만간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는 SK온도 2000억~3000억 원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4512억 원, 영업손실 2255억 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4%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SDI(006400)도 4분기 매출 3조 7545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28.8% 줄었고, 영업손실 256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배터리 업계의 부진은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이 결정적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자 고객사(완성차 업체)들이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배터리 주문량이 줄었고, 공장 가동률이 하락했다. 여기에 메탈가 하락에 따른 역래깅(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과 고정비 부담 증가 등 복합 악재가 겹쳤다.
특히 배터리 출하량 감소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시점에선 고환율이 달갑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고환율에 따라 시설 투자 비용과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터리 3사의 성과급도 급전직하했다. 올해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기본급의 50%)이 유일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호황이었던 2023년 기본급의 870%~900%를 지급해 LG그룹에서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엔 기본급의 340~380%로 대폭 줄며 2년 연속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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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저점으로 회복기 진입…ESS·LFP 우선 집중"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지난 24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대규모 신·증설보다 기존 유휴라인을 활용한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ESS용 LFP 배터리를 조기 생산하거나 생산 능력(CAPA)을 높이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배터리 업계가 일제히 'ESS·LFP' 키워드를 앞세운 것은 전기차와 달리 ESS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ESS용 배터리 시장은 인공지능(AI) 산업에 힘입어 올해 북미를 중심으로 14% 성장할 전망이다. '캐즘 밸리'를 넘고 있는 국내 업계에 ESS 시장은 유일한 대체재인 셈이다.
전기차 캐즘이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서서히 회복기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불행 중 다행이다. 특히 K-배터리 실적을 지탱하는 AMPC는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희소식이다. 배터리 업계는 하반기 고객사 신차 출시에 대한 대응과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업계 불황에도 올해 매출 성장 전망치를 전년 대비 5~10%로 잡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각형 폼팩터 공동개발 및 하반기 양산을 시작하는 스텔란티스 합작법인(JV)·혼다 JV 등 신규 공장, 46시리즈 고부가 제품 출시 등 재도약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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