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24년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반도체부터 스마트폰까지 대부분의 사업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는 올해에도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 변수가 인공지능(AI)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삼성전자의 2025년은 어떻게 흘러갈까. 더스쿠프 IT 언더라인 '삼성전자의 현재와 미래' 2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가능성이 적지 않다.[사진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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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1일에 2024년 잠정 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 전년 대비 세자릿수 영업이익 증가율(398.3%)을 기록했음에도 삼성전자는 웃지 못했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2023년과 비교한 '기저효과'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한꺼풀만 벗겨보면, 삼성전자가 여전히 '부진의 늪'에 빠져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적을 책임지는 반도체가 특히 그랬다. PC·모바일의 수요가 줄고,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약진하면서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가 타격을 입었다.
삼성전자가 심혈을 기울여 출시한 '인공지능(AI)폰'의 효과도 오래 가지 못했다. 경쟁사인 애플이 하반기에 AI 기능을 대거 탑재한 아이폰16을 출시하면서 곧바로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이런 악재들이 쌓이면서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9.2% 줄어든 6조4927억원에 머물렀다.
문제는 2025년이다. 올해도 삼성전자 앞에 놓인 '나쁜 변수'가 적지 않다. 반드시 꼬집어야 할 골칫거리는 역시 고대역폭메모리(HBM)다. 삼성전자는 HBM 납품처인 엔비디아의 벽을 쉽게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이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품질 검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했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서인지 루머도 빗발친다. 미국 블룸버그는 1월 31일(이하 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로부터 5세대 HBM 공급 승인을 얻었다"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 변수➊ AI '가성비' 바람=삼성전자가 엔비디아 검증 절차를 통과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HBM은 고사양 AI 가속기를 만드는 데 쓰이는데, 이 가속기 수요가 감소할 조짐이 보이고 있어서다.
이런 변화를 만든 건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다. 이 기업이 최근 출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딥시크V3'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가속기를 쓰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품질 AI를 만들려면 고사양 AI 가속기가 필요하다'는 AI 업계의 공식이 무너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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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AI 업계에선 딥시크를 따라 저사양 AI 가속기를 쓰는 빅테크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면 HBM을 주요 먹거리로 삼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는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22만1000원(1월 24일)에서 19만9200원(31일)으로 9.8% 하락한 건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딥시크 나비효과'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변수➋ AI 스마트폰 경쟁=두번째 변수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AI 스마트폰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1월 13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소비 심리가 회복하면서 250달러(약 37만원) 이상의 스마트폰 중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의 판매 비중이 2028년까지 90%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은 '갤럭시S25'의 공식 출시(2월 7일)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엔 희소식이다. 삼성전자는 신작 '갤럭시S25'의 AI 기술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 사장은 1월 2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1년 전 우리는 갤럭시 AI로 구동하는 최초의 AI 휴대전화를 출시했다"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모바일 AI 혁신의 표준을 마련하고 있고, 갤럭시S25를 통해 이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노 사장의 말마따나 삼성전자는 갤럭시S25에서 진일보한 AI 기술을 선보였다. 이전 모델인 갤럭시S24의 AI 서비스가 통역·번역·검색 일부 기능에 집중했다면, 갤럭시S25의 AI는 범용성이 넓은 '개인 비서' 역할을 수행한다. 날씨·일정 등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거나 관심 뉴스를 추천해 주는 '나우 브리프(Now Brief)' 기능이 대표적이다.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분석해 전달해주는 'AI 에이전트'도 신기능이다. 이밖에 전작 대비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각각 37%, 30% 향상한 것도 갤럭시S25의 강점 중 하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I를 등에 업고 독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쟁사인 애플도 자체 개발한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애플 인텔리전스는 영어만 제공하고 있는데, 애플은 4월부터 지원 언어를 한국어·프랑스어·스페인어·독일어·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일본어·인도·중국어 등으로 대폭 늘린다.
애플이 AI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추격할 태세를 갖췄다.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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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이폰16에서 처음 선보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일찌감치 '개인 비서'를 표방하며 다양한 기능들을 선보인 바 있다. 지원 언어가 늘어나면 애플 인텔리전스를 경험하는 소비자가 가파르게 증가할 게 분명해 삼성전자와의 'AI 비서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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