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언덕에서 밤새 발생한 화재로 LA 스카이라인이 연기로 뒤덮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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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발생해 5곳에서 번지고 있는 산불이 사흘째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산불의 여파는 40km 떨어진 가디나 지역까지 닿고 있었다.
현재 산불이 가장 크게 난 지역 중 하나인 로스앤젤레스 북서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서 차로 30분 남쪽 사우스베이에 거주하는 제임스 민(38)씨는 9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통화에서 “(화재가 발생한) 화요일부터 이 지역까지 연기가 굉장히 심각하며 하늘에서 재가 많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캘리포니아 카운티에는 산불 연기주의보가 발령됐으며 대기질이 건강에 해롭운 ‘위험’(Hazardous) 단계를 기록했다. 민씨는 이번 산불의 피해를 키운 샌타 애나 바람이 서남쪽으로 불어서 사우스베이 공기질이 굉장히 안 좋다고 설명했다. 그가 거주하는 사우스베이에서 서쪽으로 2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사는 어머니 동네는 산불 연기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했다.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니는 민씨는 “지역 공립학교는 9일과 10일 모두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고 했다. 알베르토 카르발류 로스앤젤레스 교육감은 “화재는 학교가 있는 일부 지역 사회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지만 바람으로 인해 미세먼지, 연기, 재가 지역 전체에 퍼지고 있다”면서 양일 휴교령을 발표했다.
지난 화요일 처음 산불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불길이 금방 잡힐 거로 예상했다. 민씨는 “팰리세이즈 지역에 집이 많기 때문에 (소방당국이) 빨리 (산불을) 끌 수 있을 줄 알았다”고 했다. 하루가 지난 8일에도 “이미 많이 탔고, 서쪽은 바다라 불길이 더 퍼질 곳이 없으니 끝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불길은 다시 북쪽으로 향했다.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이튼 지역의 발화지인 알타데나에서 주민이 불에 탄 동네를 바라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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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는 지역은 대피령이 나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아마도 불길이 닿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산불이 피해를 입힌 지역에 사는 친구들을 걱정했다. 그는 “친구가 사는 쪽은 이틀 동안 정전이 계속되고 있고 모든 게 끊겼다고 한다”며 슈퍼마켓에서 생수도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부 지역에 식수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생수 사재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9일(현지시각) 오후 1시 기준 25만 가구와 상업시설에 전기공급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민씨는 “한인들이 많이 사는 커뮤니티가 피해를 입었고 괴로워하는 이야기들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친구는 화재를 피해 집을 뒤로한 지인 두 가구를 거두고 있다고 했다. 가디나 쪽에서도 산불을 피해 내려온 친구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집들이 꽤 있다고 했다.
실제 한인들이 많이 사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동부 내륙에서 발생한 이튼 산불의 피해 면적은 55㎢에 달한다. 이 지역에서만 5명이 사망했고 주택과 건물 5천여채가 파괴됐다.
주엘에이(LA) 총영사관은 이날 오후 산불 관련 두번째 긴급공지를 내어 “지속되는 강풍으로 인해 현재까지 주요 대형 산불인 팰리세이즈 산불과 이튼 산불의 진압률은 여전히 0%이며 사망자와 부상자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며 “현재의 대형 산불 외에도 LA지역 곳곳에서 밤사이 크고 작은 화재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까지 한인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시엔엔은 10일(현지시각) 오후까지 화재가 발생한 지역에 돌풍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주말로 접어드는 11일부터는 약해져 산불 진압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로스앤젤레스 국립기상청은 9일 저녁 “금요일(10일) 이후에도 위협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해상풍은 다음주까지 계속돼 일요일인 12일에 정점을 찍은 뒤 14일 또는 15일께 다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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