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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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 구제 건을 기각시킨 군인권보호관으로서 사과 먼저 하십시오.”
10일 오후 4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10층 배움터에서 김용원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안건 설명을 하는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기자석 쪽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김 위원이 소위원장으로 있는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에서 활동했던 원민경 위원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자회견 하지 말고 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원민경 인권위원이 10일 김용원 위원이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박정훈 대령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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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 소위원장으로서 지난해 1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 사건을 기각시킨 바 있다. 박 대령은 채상병 사건과 관련한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 10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원 위원은 “군인권보호관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고 박정훈 대령한테도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의 이날 기자회견은 계엄을 합리화하고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안건을 발의하게 된 이유를 밝히는 자리였다. 이 안건은 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을 포함해 5명이 발의했고, 안창호 위원장은 이 안건을 13일 전원위에 상정하도록 결재를 마친 상태다.
10일 오후 김용원 상임위원이 진행되는 동안 원민경 인권위원이 일어서서 “내란세력 옹호하는 안건 상정하고 기자회견까지 열다니 파렴치하다”고 따지고 있다. 고경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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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상황은 전체 국민의 인권에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어 조속한 극복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국민이 받은 인권침해에 대한 언급 없이 윤석열 대통령 등 ‘내란 피의자’들의 인권에 대해서만 집중 거론했다. 그러면서 1997년 대법원 판결에서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인정됐다는 식의 사실과 다른 주장도 내놨다. 이때마다 원 위원은 “인권위를 망치지 마라. 내란세력 옹호하는 안건 상정하고 기자회견까지 열다니 파렴치하다”고 따졌다.
김 위원은 12·3 내란사태에 있어 윤 대통령의 인권이 국민의 인권보다 우선하냐는 질문에 “그럼 (대통령을) 즉결처형이라도 해야 하냐. 즉시 목을 쳐야 하느냐. 그것도 인권침해”라고 답했다. “계엄이 정당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본 상임위원이 판단할 위치가 아니”라고 빠져나갔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가 당면한 국가적 위기상황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 그 자체에 기인한다기보다는 야당과 이재명 대표 등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프레임 걸기’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은 최근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1소위)에서 승인해 논란을 빚은 극우단체의 ‘위안부’ 방해집회 우선권 보장 권고 결정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3월 같은 내용으로 극우단체 쪽이 종로경찰서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집회시위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으나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사실 등은 밝히지 않았다.
김 위원 기자회견이 끝난 뒤 원 위원은 한겨레에 “김 위원이 제안한 긴급안건 때문에 전임 위원장님들과 위원님들이 오늘 긴급히 성명을 발표하고 인권위원장님 면담까지 진행했는데 어떻게 이런 기자회견까지 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의견을 개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원 위원은 이어 “김용원 위원은 내란수괴와 공범을 비호하는 내용의 긴급안건을 제안하여 인권위 구성원들과 국민에게 공분을 자아낼 것이 아니라 박정훈 대령에 대한 진정사건을 기각시킨 주역이자 군 인권보호관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과오를 반성하고 박 대령과 국민에게 먼저 사죄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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