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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나는 폐 노화자일까 심장 노화자일까…장기별 노화 시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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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리 몸의 노화는 균일하게 진행되는 과정이 아니다. 어떤 장기는 일찍 늙고 어떤 장기는 더디게 늙는다. 스탠퍼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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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노화의 정도를 장기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는 장기 노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장기 노화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기의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장기 노화는 심혈관 질환, 당뇨병,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의 질환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지표로 쓰일 수 있다.



장기 노화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직접 장기에서 표본을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채취해 연구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오스트리아국립과학원 분자의학연구소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이 기증 시신의 장기에서 그 대안을 찾아, 장기별 노화를 분석한 결과를 사전출판논문 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미 국립보건원의 GTEx(Genotype-Tissue Expression, 유전자형-장기 표현형) 프로젝트에 기증된 시신 983구의 29개 장기, 40개 조직에서 수집한 2만5700여개 사진을 확보했다. 이들의 사망시 나이는 20~70살이었다.



연구진은 이어 인공지능 모델에 시신 기증자 80%의 데이터를 주고, 이들의 사망시 연령과 특정 장기 조직의 색상, 세포 분포 등의 연관성을 학습시켰다. 그런 다음 나머지 시신 기증자 20%의 조직 사진을 토대로 이 인공지능 모델이 사망 연령을 얼마나 잘 예측할 수 있는지 시험했다. 인공지능 모델은 시신 기증자의 실제 연령을 평균 4.9년 이내 오차로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특히 인공지능 모델로 각각의 장기가 노화하는 과정을 살펴본 결과, 각각의 장기가 노화되는 시기가 다르다는 걸 발견했다.



이에 따르면 폐와 신장을 포함한 몇몇 장기는 20~40살 사이에 다른 장기보다 더 노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시기의 흡연과 음주가 원인이거나 이미 일어나고 있는 노화를 흡연과 음주가 악화시켰을 것으로 추정했다.



또 심장은 30대와 45~55살 사이에 상대적으로 노화 속도가 빨라지는 반면 뇌와 근육, 피부는 30대와 60대에 노화 속도가 빨라졌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여성의 경우엔 45~55살에 자궁의 생물학적 노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이는 폐경 연령과 일치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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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 이상 건강 성인 중 5분의 1은 실제 연령보다 상당히 노화한 장기를 하나 이상 갖고 있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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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장기는 질환 위험 더 높아







장기 노화 연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선 연구들은 주로 혈액 속 단백질 수치를 통해 장기 노화를 추정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2022년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은 혈액 단백질 분자 분석을 기반으로 장기 노화를 측정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45살 480명의 대변과 혈액을 채취해 신장, 간, 장내 미생물군, 심혈관계, 면역계, 대사계, 성호르몬계의 생물학적 연령을 평가한 결과, 신체 부위별로 생물학적 나이가 다르다는 걸 확인했다. 예컨대 심혈관계는 생물학적 나이와 연대기적 나이가 비슷했으나 장내 미생물군은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약했다. 또 간과 성 호르몬 시스템의 노화는 개인 간 편차가 컸다.



2023년엔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성인 5700명의 혈액에서 특정 장기에서 유래하는 단백질 수치를 찾아내 장기별 노화 정도를 측정한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0살 이상 건강 성인 중 5분의 1은 실제 연령보다 상당히 노화한 장기를 하나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60명 중 1명(약 2%)은 그런 장기를 2개 이상 갖고 있었다.



스팬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6월엔 영국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4만4530명의 혈액·건강 기록 분석한 결과를 사전 출판 논문 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선 3명 중 1명(33%)이 실제 나이보다 늙은 장기를 하나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6%는 2개 이상의 노화 장기를 갖고 있었다.



늙은 심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심부전과 심방세동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늙은 폐를 가진 사람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 간 노화자는 만성 간 질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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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노화 정도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위험도가 크게 달라진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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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사망 예측 지표는 뇌의 노화







영향력이 가장 큰 장기는 뇌였다. 극도로 노화한 뇌를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3.4배 높았다. 반면 젊은 뇌를 가진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81% 더 낮았다. 젊은 뇌는 수명에도 영향을 끼쳐, 뇌가 젊은 사람들은 뇌가 늙은 사람들보다 오래 살았다. 연구진은 모든 장기 중에서 뇌의 노화율이 가장 강력한 사망 예측 지표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 노화의 정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연구진은 사람들의 장기 나이를 그들의 생활방식에 맞춰 비교했을 때, 자주 흡연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가공육을 먹는 사람들은 장기 노화가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생선을 먹는 사람들은 젊은 장기를 가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눈길을 끄는 건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보충제를 처방받은 폐경기 여성의 경우, 면역 체계와 간, 동맥의 생물학적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의료 처방이나 식단, 운동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장기 노화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장기 노화에 대한 정보는 건강 관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예컨대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자신이 심장 노화자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 자주 심장 검사를 받으면서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101/2024.11.14.618081
Tissue clocks derived from histological signatures of biological aging enable tissue-specific aging predictions from blood.



https://doi.org/10.1038/s41586-023-06802-1
Organ aging signatures in the plasma proteome track health and disease.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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