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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환율 때문에 입장차 크다”... 카카오모빌리티 주주들의 복잡한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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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 정차한 카카오 택시. 2023.11.2/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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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1월 9일 9시 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카카오 그룹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오랜 난제인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또한 오리무중인 상태다. 최근 2대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이 보유 지분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주주 구성은 다소 복잡한데, 주주마다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우선 최대주주인 카카오 측은 검찰 조사뿐 아니라 탄핵정국이라는 정치적 변수를 맞아 일단 관망하겠다는 분위기다. TPG 등 외국계 PE들은 팔고는 싶지만, 치솟는 미 달러화 가치 때문에 섣불리 엑시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환율과 큰 상관이 없는 국내 재무적 투자자(FI)들은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하길 원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들은 카카오 측 지분이 먼저 팔려야만 동반 매각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VIG파트너스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2대주주 TPG 지분과 카카오 지분을 더해 경영권 지분(과반)을 사는 방안 등을 고려했으나, 답보 상태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대규모 외부 투자를 여러 건 받으면서 복잡한 주주 구성을 갖추게 됐다. 최대주주 카카오가 과반인 57.2%를 갖고 있으며 TPG 컨소시엄이 지분 24.51%를 보유 중이다. 현재 TPG 컨소시엄에는 TPG를 비롯해 한국투자증권, 오릭스PE, JC파트너스, 블랙록, GEM캐피탈, OA모빌리티유한회사, 토팡가(Topanga Private Opportunities) 등이 포함돼 있다. 3대주주는 지분 6.17%를 보유한 칼라일이다. 그 외에 LG가 2.46%, GS가 2.04%, 구글이 1.52%를 보유 중이다.

컨소시엄에 속한 FI들은 카카오와 주주 간 계약을 맺었는데, 지난 2021년까지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하지 못하면 TPG가 이사회를 1석 이상 차지하고 상장에 대한 주도권을 갖기로 하는 내용이다. 현재 TPG의 윤신원 부대표와 이서경 이사가 카카오모빌리티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TPG컨소시엄은 모두 카카오에 대해 태그얼롱을 갖고 있다. 즉 카카오가 지분을 매도하려고 할 때 같은 조건으로 동반 매각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는 카카오가 지분 전량이 아닌 일부만 팔 때도 해당되는 사항이다.

FI들은 또 서로의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다. 이들 중 한 곳이 매각을 추진할 때 서로의 지분을 먼저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우선매수권은 TPG 컨소시엄에 속한 FI들 사이에서만 행사 가능하며, 3대 주주인 칼라일 지분에 대해서는 행사할 수 없다.

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분 매각설이 나온 TPG는 실제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최근 실적이 좋아 지분을 당장 팔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첫 투자를 단행(2017년)한 지 8년이 지났고 상장은 이미 물 건너간 만큼, 현시점에서 급하게 매각하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TPG가 지금 지분 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가 더 있다. 펀드에 돈을 댄 외국계 출자자(LP)들이 지금 엑시트하는 것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바라볼 정도로 폭등한 만큼(원화 가치 하락), LP 입장에서는 지금 엑시트하면 출자했던 시기와 비교할 때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IB 업계 관계자는 “PE가 포트폴리오사를 매각하면 LP에 1~2개월 뒤 정산해 주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금은 원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 LP 입장에서는 정산받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TPG뿐 아니라 컨소시엄에 속한 블랙록, 그리고 3대 주주인 칼라일에도 해당하는 문제다.

반면 펀드 LP가 주로 국내 기관으로 구성된 한국투자증권 등은 빠른 엑시트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TPG 지분이 아닌 최대주주 카카오 지분에 대해서만 태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카카오가 결단을 내리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다만 당분간 카카오가 지분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이 지난해 보석으로 나오고 나서 카카오 내부에서 ‘뭔가 의미 있는 M&A 딜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갑자기 탄핵정국이 펼쳐지면서 그룹 전체적으로 뭘 섣불리 결정하기보단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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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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