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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박정훈 대령 무죄… “정당성 없는 명령, 항명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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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사건 軍법원 1심 선고

조선일보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앞서 지지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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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를 맡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군사법원 재판부가 9일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진행된 박 대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박 대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조사 기록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는 항명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박 대령이 군 당국의 승인 없이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의 수사 개입을 폭로하고 이 전 장관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송윤혜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김 전 사령관을 통해 박 대령에게 이첩 보류 지시를 내린 것은 ‘명령’이 맞다면서도 ‘정당성이 없는 명령’이라고 판단했다. 정당한 명령이 아닌 만큼 명령에 따르지 않았어도 항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군사법원은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사법원 재판권이 없는 범죄를 인지한 경우 경찰에게 지체 없이 이첩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이 있다”며 “김 전 사령관 및 이 전 장관의 이첩 중단 명령의 동기·목적·의도 등에 비춰볼 때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군검찰은 박 대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장관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말한 것 등을 두고 이 전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부당한 지시를 한 것처럼 일반인이 느끼게 했다며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발언이 거짓임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 대령의 발언은 명예훼손보다 가치 중립적 발언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박 대령은 2023년 7월 19일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채모 해병대원 순직 사건 조사 기록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 전 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8월 2일 조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해 항명했다는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기소됐다.

당시 박 대령은 해병대원 순직 사건과 관련해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한 뒤 7월 30일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받았다. 하지만 다음 날인 7월 31일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과 통화한 이후 김 전 사령관을 통해 박 대령에게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박 대령은 상관의 보류 지시를 따르지 않고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을 통해 경북경찰청에 조사 내용을 이첩했다. 이에 국방부는 박 대령을 보직 해임하고 군검찰을 통해 ‘항명 수괴’ 혐의로 수사를 시작했다. 박 대령은 8월 11일에는 상부 보고 없이 KBS 방송에 출연해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12월 7일 시작된 박 대령 재판은 지난해 11월 21일까지 총 10차례 공판을 거쳤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 등 사건 관련 주요 직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군검찰은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박 대령은 무죄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지혜롭고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려준 군판사들에게 경의를 보낸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군사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했다. 군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대령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이첩하려고 했던 임 전 사단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지만 지난해 7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됐다. 군 일각에서는 이번 군사법원 판결이 직권남용 권리 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된 이 전 장관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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