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에서 理가 인간의 본성과 자연의 이치를 설명하는 철학적·추상적 개념으로 본격 등장한 것은 순자(荀子)에 이르러서이다. 순자는 자연의 순리, 인간의 행위로 마땅하거나 옳은 것 등을 理로 개념화하면서 理에 입각한 정치·도덕론을 설파하였다. 만물에 작용하는 불변의 이치를 ‘진리’라고 하거나, 인간관계의 마땅한 바를 ‘윤리’로 부르는 식의 쓰임새는 이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理에 반하는 것을 ‘무리(無理)’라고 한다. 이때의 理는 사리, 도리, 순리 등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무리의 의미가 더 폭넓다. 당위의 영역을 넘어 현실적으로 실현 또는 수용이 어렵거나, 안 되는 것을 억지로 강행(强行)한다는 의미까지도 무리 범주에 포함된다. 한국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무리수를 두다’ 등의 표현에 그러한 의미가 담겨 있다.
무리의 의미를 좀 더 확실하게 알고 싶다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된다. 야당은 당리당략으로 무리한 탄핵을 남발하고,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희대의 무리수로 맞서고, 무리하게 추진한 ‘검수완박’ 와중에 졸속 신설한 공수처가 법적·현실적 논란에도 무리하게 대통령 체포를 강행하는 등 한국은 지금 온갖 무리의 생생 체험 현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만사 무리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理가 통하지 않는 극심한 혼란과 갈등이 무탈하게 종결되기를 바란다면 무리한 희망일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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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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