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행에 길 막고 신분증 요구
탄핵 찬성 참가자에 돌 던지기도
인근 학교 안전 우려…주무관 배치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흰색 헬멧을 쓴 백골단을 산하 조직으로 한다는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국회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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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골단, 흰색 헬멧 쓰고 폭력 일삼던 1980년대 사복 체포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요새화’하며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버티면서 인근에서 열리는 극우 집회도 점차 격렬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행인들의 통행을 막고 폭행까지 일삼고 있다.
9일 오전 7시30분쯤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앞에는 100여명의 윤 대통령 체포 저지 집회 참가자가 모였다. 집회 장소로 향하는 육교에는 ‘순국결사대’라고 적힌 모자를 쓴 노인이 경광봉을 들고 육교 앞을 통제했다. 한 유튜버가 보낸 어묵을 나눠주는 차량에는 ‘2차 한남대첩도 우리가 이긴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집회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경기 안산시에서 왔다는 20대 남성 A씨는 “민(주)노총은 나를 만나면 두들겨 맞을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그러자 사회자가 “민노총은 오늘 가서 한 XX를 잡아서 뼈를 부러뜨려야 한다”고 호응했다. 이어 ‘밟아 밟아 민노총 밟아’라는 가사가 나오는 노래를 틀었다.
인근 한남초등학교 담장에는 ‘불법 영장 육탄 저지, 국민결사대’라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날 한남초등학교에는 방학임에도 돌봄교실, 방과후교실 등의 이유로 등하교를 하는 학생들이 70~80명 눈에 띄었다. 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주무관 4명을 배치했다. 등하굣길과 집회 장소를 분리하는 질서유지선을 설치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하기도 했다.
등하교를 지원하던 한 주무관은 “통학로가 집회자들로 가득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를 하지 못할 우려가 생겨 안내하러 왔다”며 “혼자 오는 학생들을 데려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관저 주변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 등이 주도하는 ‘접근 차단·신원 확인·물리력 행사’ 등 각종 위법·불법 행위가 난무하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한남초등학교 인근 인도에 쇠봉을 가로로 걸쳐 두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거나, 통행 목적, 탄핵 찬반을 물어보는 사람도 나타났다. 그는 “탄핵 찬성하는 사람이네. 이재명 싫어하냐. 탄핵 찬성하냐 반대하냐” 등을 물으며 행인을 지나가지 못하게 했다. 지난 6일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로 추정되는 여성이 탄핵 찬성30대 여성에게 어묵 국물을 부으며 폭언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탄핵 찬성 집회 참석자에게 돌을 던지는 일도 벌어졌다.
취재진을 향한 폭력도 거세지고 있다. 한 윤 대통령 지지자는 촬영기자를 향해 “청년들이 기자가 돼서 정신이 빠졌다”며 “윤 대통령이 돌아오면 다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 카메라를 보면 여러 명이 달려가 기자를 밀치며 촬영을 저지하는 일도 잦아졌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 시위대는 ‘관저 사수’를 위해 흰 헬멧을 쓰고 자체 무장을 한, 이른바 ‘백골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백골단은 1980년대 시위 현장에서 흰색 헬멧을 쓰고 폭력을 일삼던 사복 체포조를 일컫던 단어다. 1991년에는 대학생 강경대씨(당시 19세)가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숨졌다. 백골단을 산하 조직으로 한다는 ‘반공청년단’ 김정현 대표는 9일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국민과 함께 윤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한들·이예슬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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