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4개청에 “준비하라” 공문
尹대통령·경호처장 동시 체포 추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가운데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출입구 앞에 버스가 세워져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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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12·3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 재집행을 위해 서울 등 수도권 4개청 광역수사단·안보수사대에 수사관을 동원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3일 형사·수사관 120여 명을 공수처에 지원했는데, 이번에는 8배 이상인 1000명 이상 경찰력을 한남동 관저에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8일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 등 4개청에 “체포 영장 집행 때 투입될 수 있으니 준비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흉악범·마약사범 검거 등 강력 범죄 수사에 특화된 베테랑 형사를 포함한 사실상 경찰 주력을 총동원하겠다는 의미다. 경찰은 “공수처와 인력 투입 규모 등 체포 작전 세부 내용을 계속 협의 중”이라고 했다.
흰색 헬멧을 쓴 ‘반공청년단’ 단원들이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에 반대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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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찰 지도부는 이 같은 대규모 경찰력이 경호처 정예 요원들과 정면 충돌한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종준 처장, 김성훈 차장 등 경호처 수뇌부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다음 주부터 영장 집행을 진행하는 장기전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경호처 수뇌부를 동시에 체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미 박 처장을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 10일까지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보낸 상태다. 이번이 3차 요구다. 경찰 관계자는 “박 처장이 출석하면 긴급 체포하고, 3차 출석까지 거부하면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공관 구역 내에서 체포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현행법상 경호원들이 경호하는 대상은 대통령과 그 가족이므로, 처장·차장의 체포까지 경호원들이 저지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경호처 수뇌부부터 ‘정밀 타격’해 경호처의 저지 동력을 빼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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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3일 윤 대통령 체포 영장 1차 집행을 방해한 경호처 관계자 26명에 대한 신원 확인 요청을 경호처에 보낸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사법 처리를 받게 된 경호원은 향후 인사 불이익뿐 아니라 연금까지 박탈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경호처 내부에 상당 부분 동요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도 알려졌다. 결국 2차 집행 저지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호처 수뇌부는 소환·긴급체포 등으로 제압하고 휘하 경호원들의 저항 의지도 채증·신원확인 요청 등으로 꺾어 지휘 체계를 와해시키면, 윤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국방부가 경호처에 파견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55경비단, 33군사경찰대 병력 500여 명은 2차 집행 저지에 투입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 산하 대테러부대인 경찰특공대 투입은 일단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경찰청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경찰특공대와 장갑차, 헬기 동원은 전혀 검토한 바 없고 소설 같은 얘기”라고 말했다고 여당 의원들은 밝혔다.
다만 경찰은 정치권의 ‘내란 특검’ 진행과는 무관하게 영장 집행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 출석,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는 경호처 직원을 비롯해 국회의원까지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이 체포를 저지하더라도 체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 “일단 법원이 재발부한 체포 영장은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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