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돈로 독트린’ 지면 게재…영토 패권 의지 강조
독·프랑스 등 반발…미 내부서도 “국경 불가침 준수를”
멕시코 대통령 “북미를 ‘아메리카 멕시카나’로 불러야”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국립궁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도를 가리키며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미 전체를 ‘아메리카 멕시카나’로 부르는 게 어떻겠냐”고 꼬집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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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노골화하는 팽창주의적 면모가 전 세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영토 확장 야욕을 드러낸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21세기 신식민주의” 등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자신의 주장을 ‘먼로 독트린’에 빗대 ‘돈로(도널드와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으로 표현한 뉴욕포스트 1면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에는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를 ‘51번째 주’, 그린란드를 ‘우리 땅’ 등으로 표기한 지도를 가리키는 모습이 담겼다. 멕시코만과 파나마 운하도 각각 ‘아메리카만’과 ‘파나-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하’로 표기됐다.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이 1823년 제창한 먼로 독트린은 유럽 등 외부세력의 간섭을 거부한 외교 방침으로, 미국 패권주의의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당선인이 ‘돈로 독트린’ 사진을 게시한 것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등을 향한 야욕이 미국 전성기를 이끈 영토 패권 정신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세계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방침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야욕 대상으로 지목된 곳에선 즉각 반발이 이어졌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17세기 고지도 이미지를 띄운 채 “북미 지역을 ‘아메리카 멕시카나’로 바꾸는 게 어떨까”라며 “참 듣기 좋은 이름 같다”고 말했다. 멕시코만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을 반대로 받아친 것이다.
그는 미국 땅에 ‘아메리카 멕시카나’라고 표기된 점을 짚으면서 “17세기에도 멕시코만이란 이름이 존재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며 미국이란 나라가 생기기 전부터 확인되는 명칭”이라고 강조했다.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파나마운하청장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중국이 운하를 운영한다는 (트럼프) 비난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미국에만 통행료 특혜를 주면 국제법 위반으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전날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반박 수위를 조절하는 등 신중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집권 1기와 비교해 훨씬 진지하게 ‘그린란드 편입’을 주장하고 나선 만큼, 해법을 찾으려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국경 불가침 원칙은 아주 작은 국가든 아주 강력한 국가든 모든 국가에 같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은 이날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 출연해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고 분명한 유럽 영토”라며 “유럽연합(EU)은 세계 어느 나라가 됐든 주권적 국경을 침해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야당과 언론을 중심으로 트럼프 당선인을 향한 비판이 쇄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역시 “(그린란드를 눈독 들이는 것은) 분명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며 “현실성 없는 계획에 시간 낭비를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CNN은 “트럼프의 위협은 악의와 장난이 뒤섞인 형태로 나타났다”면서도 “그의 21세기 신식민주의는 엄청난 위험이며 국제법과 정면 충돌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괴롭힘’은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는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금 저지르는 실수는 ‘미국이 부동산을 더 많이 확보하면 세상이 진정되고 단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트럼프가 낭만적으로 여기는 보호주의·제국주의 시대의 결과는 두 번의 세계 대전이었다”고 지적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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