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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美, ‘적대국’에 AI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韓에 미칠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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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페루 리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여한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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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동맹국에만 제한 없이 수출하고 나머지 국가에는 구매할 수 있는 양을 한정하는 새로운 수출 통제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해당 조치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국내 AI 칩 관련 기업들과 IT 업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우방국에 해당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되나 중국, 러시아 경우 AI에 기반한 다양한 응용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중국에 신경망처리장치(NPU)나 다양한 AI 반도체 관련 설계자산(IP) 등을 판매하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해당 규제가 한국에도 적용될 지 여부를 파악하는 중이다.

9일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AI 칩 수출 통제 조치가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 전날 블룸버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AI 개발이 우방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의 기준을 따르도록 하기 위해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AI 반도체의 판매를 국가별, 그리고 기업별로 제한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들을 3개 등급으로 나눠 수출을 제한할 계획이다. 소수의 미국 동맹으로 구성된 최상위층은 근본적으로 미국산 반도체를 지금처럼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 아시아 동맹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주요 서방국들 역시 기존과 다름없이 자유롭게 엔비디아, AMD 등으로부터 AI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적대국들은 미국산 AI 반도체 수입이 실질적으로 막히게 된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벨라루스, 이라크, 시리아 등이 해당한다. 나머지 대부분 국가는 수입할 수 있는 총 연산력(computing power)에 상한이 설정된다. 이 마지막 등급에 속한 국가들은 미국 정부가 제시한 보안 요건과 인권 기준을 따르기로 동의하면 국가별 상한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반도체를 수입할 수 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수출 규제의 기준을 우방국과 적대국으로 나눈 것은 AI 반도체가 군사적 전략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며 “중국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은 이미 미국을 상당히 많이 따라왔기 때문에 그래픽처리장치(GPU), NPU 등 AI 반도체 하드웨어에 대한 격차를 최대한 벌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우 해당 조치에 대한 공식 입장은 없지만, 두 기업이 회원사로 있는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업계 의견 수렴 없이 반도체 기술과 첨단 AI 시스템 부문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경쟁력을 크게 저해할 수 있는 규제를 만들었다며 전례 없는 규제의 범위와 복잡성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엔비디아 역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대부분 지역으로의 수출을 제한하는 임기 말 규정은 (AI 반도체)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정책 전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중국으로의 고성능 GPU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의 강력한 제재로 저성능 GPU만 일부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 확대가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 납품이 늘어날수록 HBM 주력 공급사인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장 회사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기존에도 중국향 GPU 수출은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장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AI용 NPU 기업들과 관련 기술 기업들은 미국의 새로운 규제가 국내 전략물자 수출 규제에도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할 데이터센터 학습용 NPU를 개발하고 있는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은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 등을 타깃으로 삼아왔고, 딥엑스와 모빌린트 등도 중국 NPU 시장에서 매출 확대가 회사의 성장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AI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AI 반도체가 군수 물자로 활용되는 것이며 국내 기업이 수출할 NPU가 전략물자가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산업부와 논의하고 있다”며 “기존까지는 최선단 NPU 제품도 큰 문제 없이 중국에 공급할 수 있었지만 이 같은 방침에 변화가 생길 지는 향후 정부의 해석과 입장을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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