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성 속 올바른 기업가치 평가받기 어렵단 판단
내년 7월까지는 IPO 성공해야…이르면 하반기 재추진 전망도
삼수생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결국 또 철회했다. /케이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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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삼수생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를 결국 또 철회하기로 했다. 케이뱅크는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와 증시 부진을 철회 이유로 설명했다. 업계에선 케이뱅크가 상장 재추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다음 준비를 위해선 건전성 관리 등 확실한 대비책 마련이 필수란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케이뱅크는 올해 1~2월 사이 재추진하기로 했던 기업공개 계획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 재추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케이뱅크가 또다시 상장을 철회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는 기업가치를 두고 시장 투자자와 격차가 여전한 상황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희망 공모가 범위(9500~1만2000원) 상단 기준으로 5조원 수준의 몸값을 기대하고 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주식 시장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우형 행장은 이번 상장 철회로 핵심 성장정략으로 내세운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시장 공략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최 행장은 앞서 기업공개 관련 간담회와 올해 신년사에서 개인사업자 대출 등 기업시장 공략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기업공개를 통해 확충하는 자본을 사장님담보대출 등 기업대출 재원으로 삼아 사업을 키우는 데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최 행장은 지난 2일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올린 신년사에서 "올해는 개인과 기업시장을 양대 성장 축으로 삼아 고객 기반을 1500만명까지 확대하겠다"며 "비대면 소호(Soho)시장을 바탕으로 성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기업대출을 위해 상장 후 자기자본으로 편입되는 7250억원을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에 활용한다고 밝혔으나 상장이 미뤄지면서 자본 확충도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2년 9월 기업공개를 위한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기업가치를 기대보다 낮게 평가받으며 다음해 2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당시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목표를 7조~8조원 수준으로 잡았으나 시장에서는 절반 수준인 4조원대로 평가했다.
이후 케이뱅크는 지난해 초 IPO 재도전을 선언하고 같은해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은 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은 것이 상장 철회의 배경이 됐다. 당시 케이뱅크는 "수요예측 결과 총 공모주식이 8200만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5조원대를 목표로 공모가를 설정했지만 희망범위 하단을 밑도는 수준의 주문을 받아들면서 여전히 '몸값'이 높다는 시장의 평가도 따른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정소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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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업계에선 추후 도전하는 IPO에선 성공을 위해 건전성 관리 대책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케이뱅크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224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선 부실 여신에 대한 리스크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케이뱅크는 늦어도 내년 7월까지는 상장을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마치지 못할 경우 재무적투자자(FI)들이 조기상환청구권을 시행할 수 있어서다.
케이뱅크가 상장하지 못한다면 대주주인 BC카드의 어깨도 무거워진다. 케이뱅크 IPO가 실패하거나 일정 수준 수익률을 보장하지 못하면 BC카드는 FI가 투자한 지분 7250억원을 매입해야 한다.
외부 요인으로 상장 절차가 또 미뤄졌지만 증시 상황 등 불확실성이 개선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 상장을 마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의) 상장 도전 시기와 맞물려 증시 악화 요인이 여럿 겹치면서 완주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며 "무엇보다 케이뱅크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향후 대외 환경이 개선돼 보다 긍정적인 기업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하면 상장 재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건전성 지표 중 악성으로 취급되는 무수익여신 잔액이 최대 규모로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타 인터넷전문은행 대비 최대치로 증가한 무수익여신 잔액이 향후 IPO 기업가치 평가에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해 3분기 말 무수익여신 잔액은 207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9.2%(46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1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25.4% 증가했다. 토스뱅크는 같은 기간 18.2% 감소한 1154억원을 기록했다.
무수익여신은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채권재조정, 법정관리·화의 등으로 이자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대출을 뜻한다. 금융권에서는 고정이하여신(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보다도 더욱 심각한 부실 채권으로 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국이 불안정하고 경제사정도 좋지않다보니 IPO를 미뤘다고 생각되고 재추진은 당연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국내 정치와 경제적인 부분이 안정화되야할 것 같다"면서도 "케이뱅크가 연이어 IPO를 철회한 데에는 부진한 증시 흐름도 있는것은 분명하다. 다만, 다음을 위해서는 건전성 관리 등 확실한 대비책 마련이 필수라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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