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외친 자유는 어떤 자유였을까. 윤 대통령은 대통령 출마 선언문에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33번 자유를 외쳤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자유는 12·3 계엄발동으로 위기를 맞았다. 결국 그의 자유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 자유라기보다 '냉전자유주의'에서 말하는 우편향적 자유로 보인다. 왜냐면 자신의 경쟁자를 종북좌파와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척결의 대상으로 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냉전자유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로 통합된 역사적 맥락을 무위로 돌렸다는 점에서 퇴행적이다. 봉건제를 타파하고 근대적 진보를 연 자유주의는 시민계층의 자유를 재산권과 연관해서 보는 사상이다.
자유주의가 '자유민주주의'가 된 것은 왜일까. 그것은 시민계층이 근대세력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빈부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평등의 가치를 일정부분 수용하고 타협한 결과다. 즉,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되 사회적 형평을 확보하고 대의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한 자유주의의 개혁적 버전이다.
하지만 냉전자유주의(cold war liberalism)는 자유민주주의에서 후퇴한 노선으로 제2차 대전 이후 냉전질서 속에서 강력한 반공주의, 반소주의를 기반으로 탄생한 자유주의 노선을 지칭한다. 이것은 냉전시기 미국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정책과 이념에서 기원했다.
미국식 냉전자유주의는 공산화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과 흑인 민권운동 및 사회복지에 친화적인 진보성향을 띠면서도 반공주의를 앞세우는 보수성향도 함께 띠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식 냉전자유주의는 미국과 달리 반공과 국가안보만 강조해 독재정권의 권위주의와 국가주의 및 민족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등장했다.
한국식 냉전자유주의는 반공과 국가안보를 위해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희생해도 된다는 이념이다. 이것은 한국전쟁기 여러 반인권적인 행위나 전쟁 이후 각종 독재행위의 근거로 악용됐다. 즉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반공독재를 정당화하는 역설적 모순을 보였다.
'소극적 자유'를 주창한 이사야 벌린은 냉전자유주의가 적과 동지를 구분하고 매카시즘을 동원하는 등 '적극적 자유의 오류'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벌린은 정의의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자유는 '자기 지배 및 자율성 원리'를 지나치게 긍정하는 순진함 때문에 타인의 자유를 파괴하는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 국민은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세계화를 기반으로 21세기 탈냉전 시대로 나아간다. 하지만 20세기 냉전자유주의에 갇혀 있는 대통령은 계엄이란 수단을 사용해 국민이 누리는 자유를 훼손했다. 경쟁자들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서 처단할 수 있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냉전자유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 계엄논리로 냉전자유주의를 선택한 대통령의 탄핵위기는 한국 보수진영이 직면한 정치철학의 위기로 봐야 한다. 성찰이 필요하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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