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9 (목)

헌재 “검사 3명 탄핵 사유 지나치게 모호... 각하될 소지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감사원장 탄핵 사유도 특정해달라” 국회에 요청

헌법재판소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 사건에서 국회의 소추 사유가 지나치게 모호해 각하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8일 언급했다. 앞서 진행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 사건에서도 국회 측에 “아직 소추 사유가 분명하게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날 이 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 탄핵심판 두 번째 변론 준비 기일을 열고 탄핵을 소추한 국회와 이에 맞서는 이 지검장 등 양측의 주장과 증거 내용 등을 정리했다. 당사자 출석 의무는 없기 때문에 이들이 직접 법정에 나오진 않았다. 김형두·김복형 재판관이 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이날 “검찰 내부에서 피청구인들 상호 간 내밀하게 이뤄진 업무 처리 과정에서 구체적인 행위나 일시, 장소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 수사 기록 등을 헌재가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송기록과 수사기록을 입수해야 탄핵소추 사유를 보다 구체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달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무혐의 처분 등을 사유로 들었다.

조선일보

지난달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이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자 최 검사 측 대리인은 “추상적인 의심을 갖고 (탄핵)소추를 해놓고 여러 자료를 입수해서 다시 구체적 사실을 특정해서 주장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조 검사 측은 “발의된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요건을 충분히 검토해 증거를 확보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이런 절차를 모두 외면한 채 졸속으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며 “탄핵소추를 빨리 추진해야 될 의도가 있지 않았나 (의심이) 들 정도”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이날 “어떤 행위자가 어떤 일시에 어떤 행위를 했는지, 예를 들어 ‘조사 특혜’라고 하면 특혜를 무엇을 제공했는지에 관한 내용이 분명해져야 판단이 된다”며 “특정하지 않고 막연하게 추측이나 짐작으로 ‘탄핵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 그걸 저희가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복형 재판관도 “소추 사유가 특정이 되는지에 따라 각하(却下) 사유가 되는지 아닌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8일 열린 이 사건 첫 변론 준비 기일은 불과 3분여 만에 끝났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물론 국회 측 대리인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은 국회 측이 출석해 기일은 75분가량 진행됐다. 국회 측 대리인은 이에 관해 “대통령 탄핵소추 등 혼란한 상황에 국회에서 제대로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국회 측에선 이 사건을 늦추려는 의도는 없다. 양해 부탁드린다”고 해명했다.

조선일보

김형두 헌법재판관과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심판 변론 준비 기일을 진행하기 위해 착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검사 탄핵심판 사건에 앞서 열린 최재해 감사원장의 탄핵심판 두 번째 변론 준비 기일에서도 헌재는 국회 측에 탄핵 사유를 특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국회 측에 “최 원장의 직권남용과 관련해 1차 준비 기일에서 저희가 요청했는데 아직 소추 사유가 분명하게 특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며 “그래서 행위, 일시, 상대방, 방법,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고 상대방에게 어떠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상대방의 어떤 권리행사를 방해했는지 그런 내용을 특정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최 원장의 행위 중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거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을 명확히 좀 해달라”라며 “특히 피청구인이 감사위원의 의결에 따라 한 행위라면 그걸 피청구인 개인에게 위헌·위법 사유를 물을 수 있는 건지에 관한 의견도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최 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취지로 발언하고 국무총리에게 감사청구권을 부여하도록 감사원 훈령을 개정하고 감사원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감사원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것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 ▲대통령실 관저 이전 감사, 서해 공무원 피격 감사, 핼러윈 참사 감사,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위법 감사, 선관위에 대한 감사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 ▲국회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해 법률을 위반했다는 사유 등으로 국회로부터 지난달 탄핵소추됐다.

헌재는 오는 22일 각 사건에서 추가로 변론 준비 기일을 열기로 했다.

[박강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