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韓 정부에 범죄 연루자 658명 IP·전화번호 제공
CEO 체포 이후 지난해 말부터 투명성 보고서 제공 시작
텔레그램發 범죄 수사·시정 조치 진전 전망…"지속 여부가 관건"
[서울=뉴시스]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CEO가 2017년 당시 프랑스 파리에서 근무하는 모습 (사진=파벨 두로프 인스타그램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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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텔레그램이 지난해 4분기부터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영상 합성) 음란물 유포 등 범죄에 연루된 한국 이용자 정보를 경찰 등 사법당국에 제공하기 시작했다.
n번방 사건 때도 수사 협조 요청에 무시했고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낮다며 정보 제공에도 소극적이던 텔레그램이 최고경영자(CEO) 사법 리스크 등 여파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텔레그램이 수사에 언제까지 협조적일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변화에 따라 텔레그램 기반 각종 범죄 수사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7일 텔레그램 공식 채널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s)'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지난해 이용약관을 위반한 한국 이용자 658명의 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한국 수사당국 요청에 따라 제공했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에도 투명성 보고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사진=텔레그램 '투명성 보고서' 채널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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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업계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전날 공식 봇채널 '투명성 보고서(Transparency Reports)'를 통해 지난해 한국 수사당국에 이용자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제공한 내역을 공개했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한국 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제공해달라는 사법당국 요청 270건을 수행했으며 이와 관련된 이용자 수가 658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0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법당국 요청에 따른 협조가 4분기부터 본격화됐다는 걸 알 수 있다.
韓서도 범죄 연루자 정보 제공 시작한 진짜 이유는?
텔레그램은 이용약관에 따라 사법당국으로부터 서비스 약관을 위반하는 범죄 활동과 관련된 사건의 용의자임을 확인하는 유효한 명령을 받으면 해당 이용자의 IP와 전화번호를 당국에 제공한다. 텔레그램은 '투명성 보고서' 채널을 통해 수사당국 요청에 따라 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제공한 건수와 이에 영향을 받은 이용자 수를 분기마다 공개한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한국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뉴시스가 지난해 9월 한국 지역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를 요구했을 당시 "해당 지역에서는 투명성 보고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자동 응답형 메시지를 받았다. 대신 민주주의 지수가 충분히 높은 국가에서만 IP 주소와 전화번호만 공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함께 담겼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국 사법당국 요청에 이용자 IP·전화번호를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텔레그램이 마음을 바꾼 데는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의 사법 리스크와 딥페이크 음란물 사건이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프랑스 검찰이 그를 미성년자 성범죄물 배포, 마약 거래, 자금 세탁 등 공모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후 두로프는 같은 해 9월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보호정책을 개정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했다며 "정당한 법적 요청에 대응해 규칙을 위반한 사람들의 IP 주소와 전화번호를 관련 당국에 공개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시스] 재판매 및 DB금지. hokma@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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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사건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텔레그램이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프랑스처럼 한국 정부도 텔레그램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텔레그램이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기관에 연락해 핫라인을 구축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9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같은 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핫라인을 구축했다. 방심위는 최근 텔레그램과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은 물론 음란, 마약 등 다양한 불법 정보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시정요청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경찰도 지난해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사건, 비대면 마약 유통 등을 수사하는 데 있어 텔레그램과의 협조가 진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용의자 IP 주소 등을 텔레그램 측에 요청해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n번방 때는 침묵하더니 지금이라도 다행…협조 지속 여부가 관건"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11일 경찰청에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2024.12.11. km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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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사법 리스크와 딥페이크 범죄 이슈가 겹치면서 한국 정부도 텔레그램과 수사 협조를 처음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관건은 텔레그램이 얼마나 수사 협조에 진심인지, 얼마나 협조를 지속할 수 있을지다.
한국 정부와 텔레그램 간 소통은 지난해 9월 전까지만 해도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 사건 당시에도 경찰은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 이메일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으나 한 번도 답을 받지 못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텔레그램이 지난해 4분기 범죄 연루자 데이터를 한국 사법당국에 제공한 게 사실상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수사당국이 텔레그램에서 진행되고 있는 딥페이크 음란물 유포, 비대면 마약 유통 등 각종 범죄 수사를 원활히 진행하려면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가 절실하다. 방통위, 방심위도 텔레그램에 불법 영상물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한국 정부기관과 주로 이메일로 소통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이 상황에 따라 한국 정부에 등을 돌리면 수사나 시정 조치 속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텔레그램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필요한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정보를 얻기 힘든 곳인 만큼 소통 진행 상황에 항상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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