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분주한 금융권/그래픽=윤선정 |
올해부터 책무구조도가 정식 도입되면서 은행장들이 공통적으로 내부통제를 강조하는 등 은행권은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느라 분주하다. 조직개편뿐만 아니라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내부통제 관련 웹드라마까지 만든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신규사업 추진 전에 담당 부서가 취약 분야를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책무구조도 항목에 반영했다. 총 두차례에 걸쳐 잠재적 위험요인 등을 사전 점검한다. 고위험 업무영역을 선별하고 내부통제 전담부서의 맞춤형 컨설팅도 실행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도입한 'KB책무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단계별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내부통제 점검항목과 가이드라인을 담은 '부점장 내부통제 업무매뉴얼'을 배포했다. 부점별로 매뉴얼에 맞게 점검하고 결과를 등록하면 미흡 여부 등을 임원이 확인하고 최종 결재한다.
지난 3일부터 지주·은행에 책무구조도가 정식 도입되면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CEO(대표이사) 등 임원이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전 예방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면서 은행장들이 올해 신년사에서 '신뢰'와 '정도영업' 등을 키워드로 강조하기도 했다.
책무구조도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로 홍역을 치르는 우리은행은 지주가 나서서 경영진 감찰 조직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실장으론 외부 인사를 영입해 쇄신에 나섰다. 또 중복된 업무를 보는 본부들을 준법감시인 아래로 모아 내부통제에만 집중하도록 개편했다.
국민·신한은행은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만들었고 국민은행은 준법감시인 산하에 책무관리 전담조직을 따로 설치했다. NH농협은행은 연내 내부통제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준법감시인력은 122명으로 두배 늘릴 예정이다.
은행들은 금융사고 원천 차단을 위해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연내 AI CCTV(인공지능 폐쇄회로TV)를 도입해, 영상을 분석해서 이상징후와 잠재 위험을 감지하는 인프라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내달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를 구축한다.
은행들은 임직원 개개인의 마음가짐도 중요하다고 보고 교육이나 자체 콘텐츠를 통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에도 힘을 주고 있다. 기술적·제도적으로 내부통제를 고도화해도 개인의 도덕적 해이가 금융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부점장·신입행원 등이 연수받을 때 '정도영업'의 윤리·법규준수 교육을 의무화했다. 아울러 금융윤리자격인증과 자금세탁방지 검정시험 등 내부통제 자격증 취득도 지원한다. 신한은행도 내부통제 실천과 이행을 다짐하는 선언식을 정례화해서 조직문화로 자리 잡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내부통제와 관련한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지난해 은행 내에 공유한 짧은 내부통제 관련 영상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퀴즈 앱(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퀴즈 이벤트도 열고, 현장 사례를 담은 내부통제 사례집도 배포했다. 내부통제를 가까이하고 일상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업무 전반에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계기로 올바른 내부통제가 확실하게 자리 잡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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