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놓고 시위대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불법 시위와 밤샘 점거 농성으로 인해 한남동 일대는 몸살을 앓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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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할 여야와 국가기관들이 오히려 법을 무시하거나 법 절차를 어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계엄이 위헌, 위법이라며 바로잡겠다고 나선 국회와 수사기관, 사법부가 정치적 이해와 자의적 판단으로 움직이면서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 사태가 이대로 마구 굴러가면 그 끝이 무엇일지 모두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이 경호처에 막히자 돌연 경찰에 집행을 떠넘겼다. 수사권은 놔두고 영장 집행만 하청 주듯 넘기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 일로 법적 문제가 있다. 경찰이 거부하자 결국 철회했다. 영장을 들고 폭탄 돌리기를 하나. 애초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검·경과 경쟁하며 수사에 나선 일부터 법을 경시하고 무시한 것이다.
공수처가 서울 중앙지법이 아닌 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영장 판사와 미리 짰다는 의혹을 낳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 판사는 제 맘대로 ‘군사상 비밀에 관한 곳은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윤 대통령 체포 시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판사가 무슨 권한으로 법 적용을 막나. 계엄과 같은 초법적 발상이다. 윤 대통령이 수차례 소환에 불응하고 경호처가 영장 집행을 막아선 것도 큰 문제다. 어쨌든 발부된 영장은 집행돼야 한다. 법치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물리력을 동원해 법 집행을 막았다.
가장 엄정해야 할 헌법재판소도 정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헌재 사무처장과 공보관은 재판관들의 공식 논의가 없는 상태에서 “한덕수 총리 탄핵 소추 정족수 논란이 있지만 직무 정지 효력이 유지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재판관들의 결정 사항인가. 그렇다면 결정 과정을 밝혀야 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대행을 탄핵 소추하면서 ‘151석이 정족수’라고 마음대로 결정했다. 만약 한 대행 탄핵이 기각되면 최상목 대행의 ‘헌법재판관 2인 임명’을 두고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게 된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의 정치적 정당성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
민주당이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빼겠다고 한 것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내란죄를 탄핵의 핵심 이유로 삼아 왔다. 한 총리도 ‘내란 동조자’라며 탄핵했고, 다른 사람들도 ‘내란범’이라며 탄핵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탄핵 소추안에서 내란을 뺀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 전에 탄핵을 마무리하겠다는 속도전 의도라지만 헌재 재판의 정당성에 흠집을 내는 일이다.
대통령과 국회, 사법부가 앞장서 법을 무시하거나 어기고 있다. 그 결과가 불법 시위대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통령 관저 일대의 상황이다. 이래선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많은 국민이 결과를 납득하지 못한다. 상상하기 힘든 헌법, 헌정의 위기가 올 수 있다. 모두 자제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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