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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 (수)

‘상주 음악가’ 황금시대…아레테 콰르텟·임윤찬 청중과 연주장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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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호아트홀이 올해 상주 음악가로 선정한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6일 간담회에서 앞서 시연하는 모습. 금호아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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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상주 음악가 황금시대’다. 해외는 물론, 국내 공연장과 오케스트라, 음악제들이 재능 있는 연주자나 연주단체를 초청해 역량을 마음껏 펼치도록 지원하는 상주 음악가 제도(Artist in Residence)를 앞다퉈 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연주자와 음악 단체 양쪽에 이익이 되는 ‘윈윈 게임’이다. 연주자들은 흥행에 얽매이지 않고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고, 음악 단체들도 ‘간판 모델’을 내세워 청중과 접점을 넓히면서 홍보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무대에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이 올랐다. 금호아트홀이 올해 상주 음악가로 선정한 연주단체다. 이들은 오는 9일 하이든 작품 ‘십자가 위 예수의 마지막 일곱 말씀’ 연주를 시작으로 올해 모두 4차례 금호아트홀에서 연주한다. 제1 바이올린 연주자 전채안은 “4차례 무대를 온전히 우리가 기획하고 꾸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명’이란 주제 아래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비트만 등 작곡가 9명의 작품들로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국내 공연장에서 상주 음악가 제도의 원조가 금호아트홀이다. 2013년 피아니스트 김다솔을 첫 상주 음악가로 선정한 이래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당시 금호아트홀은 “공연장과 예술가가 손잡고 함께 무대를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후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박종해, 김수연, 김준영,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조진주, 양인모, 이지윤, 김동현,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이 상주 음악가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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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이 올해 ‘인 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한 첼리스트 최하영. 롯데콘서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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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음악가로 선정되면 단발성 연주가 아니라 나름의 기획 아래 자신만의 개성 있는 음악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평소 하기 어려웠던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프로그램을 짤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처음 (데뷔) 무대 선 게 금호영체임버콘서트였는데 당시 금호아트홀 쪽에 ‘우리도 상주음악가가 될 수 있냐’고 겁 없이 물어봤어요. 이게 현실로 다가와 기쁘면서 책임감도 느낍니다.” 아레테 콰르텟 리더인 첼리스트 박성현은 이날 간담회에서 “음악적으로 발전해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은데, 이런 책임감이 무대에서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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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아트홀이 올해 상주 음악가로 선정한 바리톤 박주성. 마포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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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음악가들의 무대는 ‘믿고 볼 수 있는 시리즈’로 여겨지면서 공연장과 청중을 안정적으로 잇는 징검다리 구실도 한다. 청중들로선 검증된 연주자들이 오로지 음악에 집중해 풀어내는 질 높은 연주를 감상할 기회다. 이상민 음악큐레이터는 “상주 음악가 제도는 지역 공연장들이나 청중이 연주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올해 상주 음악가로 나선 연주자들 면면이 화려하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오는 3월28일부터 열흘간 진행되는 통영국제음악제 상주 음악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다. 임윤찬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올해 유럽과 미국을 순회한다. 조성진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시즌까지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다. 중국계 피아니스트 유자왕은 지난해와 올해 뉴욕필하모닉 상주 연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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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우스콘서트가 올해 상주 음악가로 선정한 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 뮤직앤아트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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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도 2021년부터 ‘인 하우스 아티스트’란 이름으로 상주 음악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에스메 콰르텟을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첼리스트 문태국,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첼리스트 한재민에 이어 올해엔 첼리스트 최하영이 상주 음악가로 선정됐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에서 벗어나 상주 연주자 선정 폭이 넓어진 점도 눈에 띈다. 마포아트센터는 2023년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 공연장으로는 처음으로 상주 음악가 제도를 도입했는데 3회째를 맞은 올해는 바리톤 박주성을 선정했다. 2018년부터 상주 음악가 프로젝트를 선보인 더하우스콘서트는 올해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를 선정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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