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경찰 병력과 공수처 수사관 등이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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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검찰·경찰에서 윤 대통령 사건을 이첩받은 지 19일이 되도록 신병 확보가 이뤄지지 않자, 공수처 안팎에선 “이럴 거면 왜 이첩요청권을 발동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출범 이래 우군이던 더불어민주당조차 “자신 없으면 당장이라도 경찰에 사건을 재이첩하라(4일 노종면 원내대변인)”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공수처는 검·경·공의 수사 경쟁이 격화 상태였던 지난달 8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검·경에 사건 이첩을 촉구했다. 검·경은 오랜 무응답과 잡음 끝에 각각 지난달 16일과 18일 윤 대통령 사건을 떼어내 공수처에 이첩했다. 공수처를 진퇴양난에 빠뜨린 ‘4대 난관’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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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버티는 尹, 경호처 장벽
지난 3일 오전 8시쯤 시작된 첫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2시간 만에 1·2차 저지선을 뚫고도 관저 앞 ‘경호처 스크럼’에 막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경찰 집행 인력 100여 명이 관저 200m 이내까지 접근했지만, 버스·승용차 10대 이상의 차벽과 경호처·군인 200여명이 팔짱을 끼고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올라갈 수 없었다”며 “협의 끝에 공수처 검사 3명이 관저 철문 앞까지 갔지만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나와 ‘불법 영장에 응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응했다”고 밝혔다. 이날 체포영장 재집행이 이뤄진다고 해도 경호처의 견고한 방어막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 동선. 김경진 기자 |
그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버티기’ 전략이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연일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 “법원의 ‘형사소송법 110조·111조 예외’ 수색영장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에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과 통상 기관 대 기관 관계에서 성립하는 권한쟁의심판 등을 신청하고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등 각종 법적 수단도 동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오동운 공수처장 등 지난 3일 공수처와 경찰 영장 집행 인력 150여 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특수건조물침입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부지법은 5일 이의신청을 기각하면서 이들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형소법 110조·111조는 수색 장소를 제한한 게 아니라 그 대상인 물건(‘군사상·공무상 비밀’)의 압수를 제한하는 조항으로 “피고인 체포를 위한 수색에 적용되는 조항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체포에 적용되는 조항은 별도로 형소법 137조(구속영장집행과 수색)”라고 못 박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윤갑근(왼쪽), 김홍일 변호사가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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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흔들리는 경찰 공조
그러나 체포 자체가 불발되면서 공수처와 경찰 간 공조 기류는 약화하고 있다. 오 처장이 집행에 앞서 경호처에 “철문만 잠가도 특수공무집행방해”라고 경고했던 것과 달리, 정작 현장에선 ‘물리적 충돌 최소화’ 방침이 우선시되며 경찰의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집행 당일 경찰의 박종준 경호처장 현행범 체포 시도를 공수처 측이 저지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내부 여론은 “사실상 경호처에 면죄부를 줬다”며 급격히 악화한 모양새다.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3일 서울 한남동 관저 인근에 경호 인력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최기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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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체포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더 적다”며 “첫 시도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수처 철수 이후 경호처는 관저 입구에 이중 차벽을 세우고 인근 산길에 원형 철조망을 새로 설치했다. 이를 뚫고 체포 과정에서 마주하는 현장 경호인력이나 공무집행방해죄 등은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 밖인 탓에 제도·인력 면에서 경찰의 도움이 필수적인 구조다. 공수처 관계자는 5일 “실무진 선에서 경찰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경찰 측에선 이날 오후까지도 “지원 요청을 받은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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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미온적인 최상목 권한대행 “다치는 일 절대 없어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중대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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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체포 실패 이튿날인 4일 경호처 지휘·감독권자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게 재차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지난 1일 최 대행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에게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는 사전 공문을 보낸 데 이어서다.
그러나 최 대행은 경호처에 대해선 명시적 협조 지시 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무수행중인 공무원이 다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면서 “법 집행과정에서 시민들과 공무원이 다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주실 것”만 당부했다. 한 영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최 대행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경호처와 대치하지 않고 원활하게 재집행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며 “최 대행이 협조를 구한다고 경호처가 따라줄 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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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바로 기소도 불가능
오동운 공수처장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 만료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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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현실적 장벽들 앞에 공수처 내부도 혼란 상태다. 공수처는 이날 2차 집행을 시도하는 방안, 체포영장을 재청구해 기한을 연장하는 방안, 곧장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 등 크게 3가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도 윤 대통령의 ‘버티기’ 전략 앞에서는 실효성이 미지수다.
설령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구속에 성공한다고 해도 앞길은 쉽지 않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수처는 대통령 기소권이 없어 윤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려면 검찰로 사건을 보내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과 공수처는 피의자 구속기한을 최대 20일로 정하고, 검찰의 기소가 필요한 경우 수사기간을 공수처 10일, 검찰 10일로 절반씩 나눠쓰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양수민 기자 yang.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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