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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세상은 온통 AI인데…기세 꺾인 한국, 이대로 괜찮나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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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


매일경제

송성훈 산업부장


‘37번째 수’.

2016년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2국에서 이 한 수는 인공지능(AI) 역사에 획기적인 분기점을 만들어냈다. 당시 생중계하던 프로기사들은 알파고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고 봤다. 이세돌 프로도 15분 동안이나 다음 수를 놓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대국이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이것은 ‘듣보잡 수’가 아닌 ‘결정적인 한 수’였음이 드러났다.

수천 년 바둑 역사에서 인간이 특정영역에만 머무르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수를 AI가 찾아냈다. 처음에만 인간 바둑을 학습했을 뿐 이후엔 AI끼리 초고속으로 쉼 없이 훈련해서 거둔 성과다. AI 알고리즘 학습에 획기적인 변화여서 업계에선 AI혁명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정식 개막에 앞서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디어데이부터 진행하는 세계 최대 테크쇼 CES 2025는 온통 AI다. ‘37번째 수’를 통해 초인적인 잠재력을 보여줬던 AI에 최근 들어 엔비디아 AI칩까지 가세하면서 학습속도를 더욱 가파르게 끌어올려 당분간은 어려워 보였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속속 현실화했다. 여기에 챗GPT는 일상의 삶에 AI를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들고 있다.

매일경제

올해 CES는 다소 정체상태처럼 느껴졌던 지난 몇 년간의 CES와는 전혀 다르다. 초인적으로 변모한 AI를 장착하면서 혁신은 구체화하고 속도는 빨라졌다. 완전 자율주행을 사실상 달성한 자율주행차, 인간과 소통이 한층 자연스러워지면서 일상으로 성큼 다가온 시니어용 로봇이 대표적이다. 한때 ‘IoT(사물인터넷) Everywhere’를 외쳤던 CES가 올해는 ‘AI Everywhere’를 전면에 내세운 형국이다. 올해 주제어 ‘뛰어들어라(Dive In)’ 앞에 인공지능을 넣는 게 맞아보일 정도다.

8년 만에 CES 기조연설에 나서는 AI혁명의 선두주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6일 발언에 전 세계 미디어 관심이 쏠린다. 이날 도요타 아키오 회장은 AI와 모빌리티를 결합한 미래형 스마트시티인 ‘우븐시티’를 직접 발표한다. 7일엔 델타항공이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창립 100주년 행사를 열어 AI를 활용한 미래형 고객서비스를 선보인다.

이처럼 글로벌기업들은 최근 급속도로 발전한 AI혁명에 맞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혁신의 성과를 제품과 서비스로 CES 전시장에서 과시할 태세다. 한때 CES를 장악했던 일본기업들은 부활이라도 외치듯 전시장 곳곳을 채우고 있었고,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기업들의 대거 참여도 전에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중국도 과거 CES보다는 주춤했다고는 하지만 1000여 개가 넘는 기업이 부스를 차리고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한국은 최근 극심한 정국불안을 보여주기나 하듯 기세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전체적인 국가산업 전략을 갖고 AI혁명을 준비하는 경쟁국과 달리 한국기업들은 잘 짜인 전략이나 협업보다는 기업별 각개전투 양상이 짙어보였다.

실제로 CES 개막을 앞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을 4일 매일경제 취재팀이 둘러보니 과거 삼성과 LG가 대형광고를 선보였던 CES컨벤션센터의 센트럴홀 입구에는 일본의 소니와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이 대신 차지했다. 한국기업의 로고는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또한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전시에 나서는 웨스트홀에선 현대차가 빠진 자리를 일본 업체들이 부스 규모를 키워 자리를 차지했다. AI기술을 앞세워 자동차와 IT기업 간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에 총력전을 나선 일본 기업들이 전면에 등장해 인상 깊었다. CES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모두 뛰는데 자꾸 우리만 뒤처지는 느낌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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