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국제공항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에 불이 꺼져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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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기 사고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가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하자 지방 공항과 저비용항공사(LCC)가 눈총을 받고 있다. 국토 면적이나 항공 수요 등을 고려하면 공항·항공사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엔 17개 공항이 있다. 이중 특수목적공항인 서울·정석공항을 제외하면 여객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은 15개다.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 등 6개 지역에 거점공항이 있고, 주로 국내선 수요를 담당하는 지방 공항이 8개 더 있다.
73%적잔데 새만금·가덕도공항도 추진 중
국내 공항 위치와 활주로 길이, 경영실적. 그래픽=정근영 디자이너 |
지방 공항은 대부분 경영 실적이 좋지 않다. 국내 15개 공항 중 11개(73.3%)가 적자다. 인천·김포·제주·김해공항만 흑자다.
2023년 기준 무안국제공항 적자가 253억원으로 가장 크다. 양양국제공항(-211억원)·울산공항(-195억원)·여수공항(-189억원)·포항경주공항(-163억원)·청주국제공항(-122억원)도 각각 적자가 100억원이 넘는다. 지방 공항은 최근 10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공항이 대부분이다.
군산공항(0.8%)·무안공항(1.1%)·사천공항(1.1%)·원주공항(1.2%)·포항경주공항(1.5%) 등 주요 지방 공항은 활주로 이용률이 1% 안팎에 불과하다(2023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전날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충돌 후 폭발한 제주항공 여객기의 흔적과 잔해가 남아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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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저출산·고령화 타격을 지방이 상대적으로 심하게 받으면서 인구 감소 추세가 지속하는 데다 고속도로 신설·확장, KTX·GTX 운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국내선 항공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안국제공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을 받았던 2022년엔 활주로 활용률이 0.1%에 불과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플라이강원이 허브공항으로 삼았던 양양국제공항도 플라이강원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적자가 쌓였다(1~11월 기준). 양양국제공항은 지난해 일평균 항공기 운항 건수가 0.3편에 불과했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비행기가 한 대도 안 뜬다는 뜻이다.
활주로가 비면서 지방 공항 경영난은 안전 문제와도 연결된다. 실제로 조류 퇴치 인력 4명이 일하는 무안국제공항은 제주항공 참사 당일 1명만 근무했다. 이에 만성 적자로 인력 운용에도 부담을 느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지만, 건설 중이거나 신규 건설을 추진하는 공항이 추가로 10곳에 달한다(군공항·사설공항 제외). 당장 울릉공항이 2027년 준공하며, 가덕도신공항·대구경북통합신공항·제주2공항·백령공항·흑산공항이 착공 예정이다.
가덕도공항 활주로 부지.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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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바다를 매립한 해상 공항 형태인 가덕도신공항은 총사업비를 13조7000억원으로 추산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사업비도 12조9000억원으로 추정한다.
무안국제공항·광주공항과 별도로 호남권에선 새만금국제공항을 추진한다. 인천국제공항·김포공항이 있는 수도권에선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을 설립하기 위해 화성시·평택시·이천시 등 3곳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국제공항으로 추진 중인 서산공항은 제주도·울릉도·흑산도·백령도 등 국내 4개 도서 지역만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국토교통부는 추정하고 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지역 숙원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지역 공항은 대부분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고 건설되는데,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 무리하게 공항을 건설하는 경우도 많다”며 “정치 논리를 떠나 수요·공급 측면에서 공항 건설이 필요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항공기 평균 사용 연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
저비용항공사 사업자수 세계 1위
항공기 한 대 당 정비인력. 그래픽=박경민 기자 |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저비용항공사(LCC)도 논란이다. 국내엔 제주항공을 비롯해 LCC가 9개다. 미국과 더불어 LCC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지역 정치권에선 선거철마다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등 특정 항공사 본사를 특정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이 나온다.
항공사 난립이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도 있다. 운항할 수 있는 항공 노선이 정해진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항공사가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결국 여객기 운항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사고 직전 48시간 동안 무안·제주·인천공항, 태국 방콕, 일본 나가사키 등을 오가며 13차례 운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평균 여객기 운항 시간. 그래픽=박경민 기자 |
항공기 평균 기령(사용연수)이나 항공정비사 수, 항공안전법 위반으로 납부한 과징금 규모 등 각종 통계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제주항공 항공기 가동률이 높은 것은 통계로 나온다”며 “강도 높은 항공 안전 점검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항 설립에는 적극적인 자치단체가 막상 공항이 들어서면 항공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며 “공항 건설·운영비에 전액 국비를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치단체도 비용을 분담하거나, 지역 경제 활성화에 공항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도록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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