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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밸류업 피해가는 벤처캐피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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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개가 넘는 상장기업이 연이어 기업가치 제고를 공시하고 있지만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유독 조용하다. 벤처펀드 명칭에 '밸류업'을 내걸고 비상장 기업의 기업가치 상승을 주도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주주환원과는 무관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VC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한 회사는 단 1개사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 총 102개사, 시가총액 기준 41% 기업이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지만, 유독 VC업계는 단 한 건의 공시도 없었다.

밸류업 공시를 선도하는 금융업권에서도 유독 VC업계만 감감 무소식이다. 금융지주는 물론 은행, 증권사가 연이어 밸류업을 추진하는 가운데서도 계열 VC의 밸류업 공시는 빠져있다.

그나마 상반기 미래에셋벤처투자, DSC인베스트먼트 등 일부 대형 VC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에 나섰지만 체계적인 밸류업 계획 수립은 아직이다. 배당 성향 역시 여타 업종 대비 그리 높은 수준도 아니다.

증시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것도 아니다. 상장 VC 다수가 이미 상장 당시에 비교군으로 삼았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등 관련 지표를 밑도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 유보금을 바탕으로 벤처펀드 의무출자에 투입해야 하는 VC업권의 특성상 배당이나 주주환원으로 자금을 유출하는 행위 자체가 기업 가치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면서도 “최근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밸류업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펀드 결성 과정에서 밸류업 관련 언급을 꺼리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 과거부터 꾸준히 벤처펀드에 붙던 밸류업이라는 표현은 최근 들어 자취를 감췄다. 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현재 운용되고 있는 벤처펀드 가운데 밸류업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펀드만도 18개에 이른다. 절반 이상이 2020년 이후 결성된 펀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기업에 대해서는 높은 기업가치를 받아 회수 성과를 높이라고 하지만 정작 VC 자체는 투자 포트폴리오도 공개하지 않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탓에 시장에서 투자 수익은 기대하기 어려운 지점이 많다”면서 “업권의 특성이라기 보다는 지배주주의 입김에 휘둘릴 수 밖에 없는 지배구조상의 특성 때문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VC업계에서도 답답함이 적지 않다. 수익의 원천이 되는 벤처펀드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어려운 탓에 적극적인 IR에도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사모로 조성되는 벤처펀드의 특성상 정보 공개의 범위도 제한적인 까닭이다. 한 상장 VC 관계자는 “실제 회수 성과나 실적에 주가가 연동되기보다는 가상자산이나 AI 등 특정 테마에 주가가 출렁이는 일이 하루이틀이 아니다”라면서 “거래소 차원에서 업종별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제공된다면 보다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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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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