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4일(현지시각) 몰도바 수도 치시나우에서 한 시민이 레닌사상을 기념한 기념비 옆을 지나가고 있다. 치시나우/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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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가스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하는 것을 막은 결정을 두고 “모스크바의 가장 큰 패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의 가스 공급을 통해 러시아 에너지 의존 문제를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으로의 러시아 가스 수송 중단 결정이 “모스크바의 가장 큰 패배 중 하나”라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말했다고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가 5일 보도했다. 새해 첫날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스프롬의 파이프라인을 통한 유럽으로의 천연가스 수송을 종료한다고 선언하면서 당일 오전부터 가스 운송이 끊겼다. 2022년 초 전쟁이 발발한 이후에도 이 파이프라인으로 유럽에 가스를 공급해왔으나, 지난해 말로 5년 계약이 만료되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으로 쓰일 것을 우려한다며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러시아의 가스는 옛 소련 시절인 1968년부터 약 50년 동안 유럽에 공급되어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이 25년 전 러시아에서 권력을 잡았을 때,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연간 가스양이 1300억㎥가 넘었다. 그러나 오늘날 러시아 가스 운송은 0이다. 모스크바의 가장 큰 패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가스에 대한 의존을 떨쳐내기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여전히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의존하는 몰도바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가스 공급 중단으로 몰도바의 일부 분리주의 지역에서는 난방과 온수 공급이 중단됐다.
또 미국의 가스 공급 등 다른 나라들이 에너지 시장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유럽 동맹국들이 시장에 더 많은 가스를 공급할수록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 문제는 더 빨리 극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투명한 에너지 정책보다 모스크바의 마피아와 같은 계획을 선호하는 일부 유럽 정치인들의 신경질적 반응(히스테리)에 맞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9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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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천연가스 중단으로 가장 위기를 맞고 있는 나라로는 우크라이나 서쪽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슬로바키아가 꼽힌다. 로버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새해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가스 운송을 중단하면 유럽에서의 에너지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반면 러시아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스프롬과 장기 계약을 맺은 슬로바키아가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파이프를 통해 가스를 공급받지 못할 경우 천연가스를 액화시켜 배에 싣고 수송해야 하기 때문에 2억2000만 유로(약 3360억원)가 추가로 들 수 있다고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추정했다. 지난 3일(현지시각) 피코 총리는 가스 수송 중단에 따라 13만명이 넘는 슬로바키아 내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2023~2024년 유럽의 겨울이 온화하고 러시아 가스도 유럽에 공급되어와서 가스 공급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에너지 업계는 예상한다. 러시아 가스의 유럽 공급 중단 이후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네덜란드 천연가스 선물시장(TTF·Title Transfer Facility)의 선물(2월) 가격은 2023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메가와트시(㎿h)당 51유로를 기록했다. 3일(현지시각) 질베르토 피체토 프라틴 이탈리아 에너지 장관은 유럽연합에 가스 가격을 메가와트시당 60유로로 상한 설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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