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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오스트리아 총리 사임...극우 1당 뺀 연정 구상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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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오스트리아국민당 대표 겸 현직 총리인 카를 네하머 총리가 지난해 9월 선거 프로그램에 대한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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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1당이 된 극우 정당을 빼고 중도·좌파 정당끼리 연립정부를 구성하려고 했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4일(현지시각) 총리직 사임을 발표했다.



이날 로이터 통신 등은 중도우파 성향의 오스트리아국민당(ÖVP) 대표이자 현직 총리인 네하머 총리가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네하머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오랜 시간 솔직하게 협상을 해 왔다. (그러나) 중대한 지점에서 사회민주당(SPÖ)과 어떤 합의도 가능하지 않았다”며 “나는 총리직과 국민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질서 있는 권력 이양을 할 것”이라고 썼다.



네하머 총리의 사퇴 결정은 지난 3일 진보 성향의 정당 네오스가 오스트리아의 차기 연정 구성 협상 중단을 선언한 뒤,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과 국민당의 협상도 결렬되면서 나왔다. 지난해 9월 열린 오스트리아 총선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 오스트리아자유당(FPÖ)이 득표율 28.8%로 1위를 차지해 충격을 안겼다. 국민당과 사회민주당, 네오스는 자유당을 배제하고 중도 연정을 구성하고자 11월부터 협상에 들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네오스와 국민당, 자유당은 정책적 지향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네오스의 베아테 마인틀-라이징거 대표는 다른 두 정당이 감세나 정년 연장 등의 구조적 개혁을 위한 대담한 결정을 할 용기가 부족하다며 “네오스는 3당 연정을 위한 협상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민주당은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부자 증세 등을 주장했지만, 보수 성향의 국민당은 추가 증세를 완강히 반대했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4%에 달하는 재정 적자와 함께 4000억유로(약 606조원)의 빚을 진 상황이다.



연정이 결렬되고 총리가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오스트리아의 정치적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총선을 치른 지 4개월 만에 또 조기총선을 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극우 자유당이 연정에서 배제된 뒤 이들에 대한 지지율은 더 높아진 상황이다. 독일 쥐트도이체 자이퉁은 여론조사에서 자유당이 총선 당시 득표율보다 6%포인트가량 증가한 35%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조기 총선을 하려면 하원의 과반수 지지가 필요하다.



극우 정당이 정권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한 연정 시도였지만 끝내 좌절되며 현 사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되려 자유당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유당은 세 정당의 연정 시도를 최근 붕괴한 독일의 ‘신호등 연정’에 빗대며 비판해 왔다. 자유당의 헤르베르트 키클 대표는 3일 “자유당은 수개월간 이 패자들의 ‘신호등 연정’이란 정치적 괴물에 대해 경고해 왔다”며 네하머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위스의 노이에 취리히 자이퉁은 “키클 대표는 조기 총선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자유당은 더 많은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자유당은 나치친위대(SS) 복무 전력이 있는 안톤 라인탈러 등이 1956년 창당한 정당이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정당으로도 꼽히며,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와 반이민 정책 등을 내세우며 급성장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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