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7 (화)

오겜2의 ‘리더’ 이정재 “사극 같은 말투, 이유가 있습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오징어 게임2’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1과 시즌2를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분노의 방향이다. 시즌1의 성기훈(이정재)은 탈락하면 죽는 데스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참가자들과 경쟁하지만, 시즌2에서는 화살을 게임의 주최자를 향해 돌린다. 시즌2 속 다른 참가자들은 그런 성기훈의 시도가 게임을 방해한다고 나무라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성기훈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고 답답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달라진 분노의 방향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한겨레

황동혁 감독.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기훈의 계란으로 바위 치기, 왜?





“사는 게 힘들어지고 좋은 일자리가 사라지면 우리는 서로를 탓하잖아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 때문이라 해도요. 분노가 옆으로, 또는 아래로만 흐르는 것 같았어요.” 지난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동혁 감독이 내놓은 답이다. “시즌2에서 기훈은 게임을 끝내려고 하면서 ‘우리가 싸워야 할 사람들은 저 사람들(게임의 주최자들)’이라고 말해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바보스럽게 들릴지라도요.” 먹고살기 어려워질수록 서로를 탓하는 사회상을 투영하고 옆이나 아래가 아닌 위를 향해 분노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비장한 마음으로 게임에 참여해선지 시즌2 속 성기훈의 말투와 표정은 이전과 크게 다르다. 사극 어투 같다거나 다른 배우들과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같은 날 만난 배우 이정재도 이런 평가를 알고 있었다. “시즌1에서는 다양한 색깔을 보여줬다면, 시즌2에서는 게임을 끝내야겠다는 목적성이 뚜렷해진 만큼 몇가지 색깔만 보여줄 수 있는 기훈으로 바뀌었어요. 리더 역할을 하게 된 기훈을 제 나름대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서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한겨레

배우 이정재.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찬반 투표로 갈린 이들, 현실과 판박이





시즌2의 차별점은 찬반 투표다. 참가자들은 게임을 마칠 때마다 찬반 투표를 통해 다음 게임을 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할 수 있다. 황 감독은 이런 장치도 현실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투표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잖아요. 한국도 미국도 투표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대변하는 장치가 맞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민주주의가 한번의 투표로 대표되기에는 너무 취약한 것은 아닌가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투표할 때마다 찬성 쪽과 반대쪽이 서로를 향해 날 선 말을 쏟아내며 반목하는 장면은 지금 한국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어요. 특히 대통령 관저 앞에서 양쪽이 갈라져 있는 모습은 ‘오징어 게임’ 안에서 보여지는 것과 비슷해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시즌2에는 새로운 게임도 등장한다. 특히 두번째 게임 ‘5인6각 근대5종’에서는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 돌리기, 제기차기 등 다양한 게임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성기훈은 가장 마지막 순서인 제기차기를 맡았다. 대호(강하늘)가 맡은 공기놀이는 손 대역이 가능했지만, 제기차기는 이정재가 직접 해야만 했다. “제기차기는 두개도 힘들어요. 다섯개 하려면 굉장히 잘 차야 돼요. 저는 두달 연습했어요. 촬영장에서 틈날 때마다 연습했는데, 나이가 있다 보니 나중에는 골반이 아프더라고요.”



한겨레

‘오징어 게임’ 시즌2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즌3는 모든 의문 풀리는 피날레





시즌2 공개 직후 외신에서는 긍정적 평가만큼 부정적 평가도 많았다. 그래도 세계 93개국에서 시청 1위를 기록하는 등 화제성과 인기가 높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말했다. “처음 3∼4일간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안도가 되더라고요. 시즌1 때 10명 중 9명이 재밌다고 했다면, 지금은 8명 정도 재밌다고 하는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즌2에 대한 다양한 기대를 충족하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즌1 때는 아예 기대가 없었다면, 이번엔 전작이 워낙 잘됐다 보니 각자 다른 기대가 있더라고요. 시즌2에서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던 것 같고요.”



시즌2에서 이야기를 끝맺지 않은 만큼 올해 여름이나 가을에 공개되는 시즌3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황 감독은 시즌3에서 ‘절망의 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3에서는 시청자들의 모든 의문이 결론지어집니다.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려운데 절망의 끝으로 가보고 싶었어요. 시즌3는 정서적으로 가장 센, 인간의 바닥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정재도 “시즌3에서는 기훈의 모습도 달라지고 훨씬 심리적인 게임으로 전환된다”고 귀띔했다. 앞서 외신에서 시즌3가 10∼20년 뒤 상황을 다룬 이야기라고 보도된 바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른 오역이라고 황 감독은 바로잡았다.



한겨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즌3 이후에도 이야기는 계속될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기 때문에 이어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이게 피날레라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황 감독은 이렇게 잘라 말했다. 다만 “시즌1과 시즌2 사이 3년의 시간 동안 벌어진 이야기나, 목소리만 나오는 ‘연설 가면’의 이야기 같은 것을 잠깐 생각해본 적은 있다”며 스핀오프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