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이미선 헌법재판관은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검찰 경찰 국방부 등의 수사기록에 대한 국회 측 기록인증등본 송부촉탁 신청을 받아들였다. 사실상 내란혐의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헌재법 32조에 근거해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헌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측 도태우 변호사는 "수사기관으로부터 송부 받은 기록에 대해 탄핵심판에서 증거채택 사실을 인정한다면 사실상 청구인(국회)이 입증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피청구인(윤 대통령)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 안 하는지 다투는 것을 강제하게 된다"며 "사실상 입증 책임이 전환돼 버린다"라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측은 또 "(국회 측이) 탄핵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하겠다면서 증거로 신청한 것은 내란죄 관련 수사 기록들"이라며 "현재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내란죄를 수사한다며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계엄 당시 군과 경찰 지휘관들의 소위 '양심 고백'이 변호사 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회유와 협박에 의한 허위진술로 속속 판명나면서 수사기록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의 증언이 담긴 국회 회의록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 측은 "모두 적법한 증거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취지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헌재에서) 증거로 채택되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 '(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직접 받았다'고 주장한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경우 민주당 소속 모 의원의 소개로 친(親)민주당 성향의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 수사초반 오염된 진술을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무죄선고를 내린 판사(김동현 부장판사)에 대한 체포지시가 있었다'고 경찰조사 내용과 전혀 다른 허위주장을 한 조지호 경찰청장의 변호인은 과거 문재인정부 시절 친(親)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데도 국회 측은 3일 법조인을 체포하도록 한 사실도 사법독립과 법관신분 보장침해라며 윤 대통령 탄핵사유에 추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도 검찰 등의 수사기록을 증거로 삼았다가 나중에 상당부분 허위로 판명났다. 그런데도 이런 '엉터리 탄핵'을 또 재연하겠다는 것인가. 도태우 변호사는 지난 2021년 '박근혜 대통령 불법 탄핵에 관한 법조 세미나'에서 "박 전 대통령 대리인단이 수사기록 송부요청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헌재가 이를 기각하고, 법에서 허용되지 않은 수사기록을 송부 받아 열람하고 재판의 기초로 삼았다"며 "결국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들로 재판부가 심증을 형성하게 했고, 적법한 증거들로 엄격한 증명의 법리를 따라야 하는 증거법을 개연성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법치 파괴적 결과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 탄핵의 스모킹건으로 작용한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의 국정농단 의혹 핵심 증거인 태블릿PC가 검찰과 특검에 의해 조작됐다고 도 변호사는 주장했다. 또 태블릿PC의 실제 주인이 최서원이 아니라 김한수 전 청와대 뉴미디실 행정관이라는 증거도 다수 제시됐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이 아닌 일반 형사재판에서 삼성그룹이 최서원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한 훈련용 말에 대해서만 뇌물죄를 선고받았지 국정농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헌재가 아직 공수처 등의 수사조차 끝나지 않았고, 형사 재판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내란죄' 수사기록을 증거삼아 윤 대통령 탄핵여부를 결정한다면, 법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증거조차 없는 발언이나 여론만을 쫒는 '정치 헌재'가 될 것이다. 백척간두에 놓인 대한민국 사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수사기록 증거채택은 즉각 재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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