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6 (월)

6·25 참전 美 전직 4성장군, 70여년 만에 명예훈장 추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육군 전력사령관 지낸 리처드 카바조스

6·25전쟁 당시 세운 공적 뒤늦게 인정돼

6·25전쟁 당시 미국 육군 중대장으로 한국에서 싸웠던 장군이 사후 7년 만에, 전공을 세운 뒤로는 70여년 만에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받았다. 명예훈장은 미국에서 군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영예에 해당한다.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리처드 카바조스(1929∼2017) 전 미 육군 대장에게 명예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을 대신해 딸인 라우라 블레빈스가 훈장 메달을 받았다.

세계일보

미국 육군 전력사령관(대장)을 지낸 리처드 카바조스(1929∼2017) 장군. 그는 70여년 전 6·25전쟁 당시 세운 공로로 3일(현지시간) 명예훈장이 추서됐다. SNS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멕시코계 미국인인 카바조스는 텍사스주(州)에서 태어나 텍사스 과학기술대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학군단(ROTC) 과정을 수료한 그는 한국에서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했다. 그리고 미 육군 제3사단 제65보병연대 소속으로 한국에 파병됐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53년 6월 카바조스는 중위 계급장을 단 채 65연대 소속의 한 중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의 부대는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적군과 교전을 벌여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유엔군 지휘부에서 후퇴 명령이 내려지자 그는 부하들을 철수시킨 다음 홀로 적진에 남아 실종자들을 찾기 시작했다. 카바조스를 목격한 적군이 격렬한 사격을 가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색을 계속했다. 미군 부상자 5명을 발견한 그는 빗발치는 적탄 속에서도 부상자를 한 명씩 업고 안전 지대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본인도 크게 다쳤으나 묵묵히 참고 견디다가 상황이 모두 종료된 뒤에야 비로소 치료를 받았다.

6·25전쟁에서 세운 이 같은 공적 등으로 카바조스는 은성훈장(Silver Star)과 십자공로훈장(Distinguished Service Cross)을 각각 받았다. 하지만 전공에 비해 훈격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심지어 그가 히스패닉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은 것이란 논란까지 일었다. 이에 미 국방부는 카바조스의 업적 재평가에 착수했고, 그 결과 십자공로훈장보다 한 등급 높은 최고 권위의 명예훈장을 추서키로 했다. 6·25전쟁이 끝나고 70여년 만에 내려진 중대한 결정이었다.

세계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인 리처드 카바조스(2017년 별세) 장군의 딸 라우라 블레빈스에게 고인의 명예훈장을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바조스는 한국 복무를 마친 뒤에도 군대에 계속 남아 1967년에는 중령으로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다. 당시 대대장으로서 베트남·캄보디아 국경 일대에서 적군과 싸워 큰 공을 세웠다. 이로써 1953년 이후 두 번째 십자공로훈장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1976년 카바조스가 처음 별을 달며 준장으로 진급했을 때 그는 미 육군 역사상 최초의 멕시코계 장성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제1보병사단 2여단장, 제9보병사단장, 3군단장을 차례로 거쳐 1984년에는 대장으로 올라서 육군 전력사령부 사령관에 취임했다. 멕시코계 4성장군 탄생도 그가 처음이었다. 카바조스는 1984년 33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해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정착해 살다가 2017년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날 카바조스와 더불어 6·25전쟁 참전용사 브루노 오릭(당시 이병), 와타루 나카무라(일병), 프레드 맥기(상병), 찰스 존슨(일병) 4명도 명예훈장이 추서됐다. 임기 만료를 불과 17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위해 싸운 5명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한 것은 그가 한국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보여준다. 또 최근 계엄과 탄핵 등 한국의 정치적 격변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은 여전히 튼튼하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훈자들에 대해 “자유와 민주주의 같은 미국의 이상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고 찬사를 바쳤다. 이어 “미국인들은 앞으로도 서로를 위해, 이상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