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 SNS 통해 총리의 러시아 방문설 제기
與 “완벽한 조작이자 교활한 선동… 사죄해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사진은 총선을 앞두고 그가 속한 SPD의 유세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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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SPD를 이끄는 올라프 숄츠 총리는 최근 CDU 일각에서 불거진 자신의 러시아 방문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숄츠는 “이것은 거짓 주장”이라며 “매우 고약할 뿐더러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은 이미 허위 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등 혐의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숄츠의 러시아 방문설을 처음 제기한 이는 CDU 소속 로더리히 키에세베터 의원이다. 그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숄츠의 깜짝 선거운동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깜짝 선거운동’이란 총선 당일인 2월23일 직전에 숄츠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숄츠와 푸틴의 만남에서 벌써 3년 가까이 지속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정착에 관한 모종의 타협안이 나온다면 독일 유권자들이 대대적으로 반기며 SPD에 표를 몰아줄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독일 정부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회원국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숄츠는 지난 11월 푸틴과 전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방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후 서방 지도자가 푸틴과 통화한 첫 사례였기에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의 단결을 저해하고 푸틴에게 나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숄츠의 행동을 비난했다.
독일 제1야당 CDU 로더리히 키에세베터 의원. SNS 글을 통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총선 직전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제기했다. 키에세베터 의원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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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는 우크라이나가 간절히 원하는 타우러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도 불허하고 있다. 독일 방산업체가 만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는 500㎞ 이상의 긴 사거리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지하 벙커도 파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숄츠는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인도하는 경우 독일·러시아 관계가 파탄이 날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외면하는 중이다. 반면 CDU/CSU 연합 등 야당들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인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갑자기 불거진 숄츠의 러시아 방문설에 SPD는 발끈했다. SPD 소속 의원들은 키에세베터를 겨냥해 일제히 “완벽한 조작” “악랄하고 교활한 선동” 등 표현을 써 가며 발언 철회 및 사죄를 촉구했다. 또 CDU/CSU 연합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에게 “키에세베터 의원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숄츠 총리에게 사과하도록 당 대표가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SPD는 숄츠의 합리적인 외교 정책을 CDU/CSU 연합이 그릇된 것인 양 왜곡함으로써 선거에서 부당 이득을 챙기려는 의도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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