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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 (화)

오해가 신념이 되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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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 정부의 계엄 선포(맨 왼쪽)는 민주주의 책 분출의 도화선이 되었다. 올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의 집권 2기가 시작되고,된다. 계속되는 중동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맨 오른쪽)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올해도 국제 정세 변화의 중심에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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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이에게는 무엇을 읽을 것인가로 읽힐 것이다. 굳은 결의가 선입견에 근거하거나, 오해가 신념이 되는 시대에 우리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은 깊이 생각하고 읽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밀고 나갈 뿐이다. 읽을 뿐이다. 그렇게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더 나은 공동체의 초석이 되지 않을까.



올해는 민주주의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12·3 내란을 대비하여 출판계에서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2년 반을 넘는 ‘시대 역행’으로 저자들도, 출판사들도 관련 책들을 쏟아낸다. 책 제목과 출간 시점은 유동적이다.



저술가 강응천의 ‘국회의 시간’(그린비)은 해방 직후 입법기관의 속기록을 통해 ‘진정한 국회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들여다본다.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의 ‘DJ 국정 노트’(한겨레출판)는 김대중 대통령이 자필로 쓴 국정노트를 들여다본다. 대통령으로서의 고민과 결정은 향후 있을 대선에서 ‘이상적 대통령의 모습’에 대한 상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김정인 춘천교육대 교수(사회학)의 ‘모두의 민주주의: 한국 현대 민주주의의 계보를 탐구하다’(책과함께)는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 ‘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에 이은 ‘민주주의 3부작’의 완결편이다. 광복 이후부터 2016년 촛불시위까지를 미국·반공·민족 등의 7개의 개념으로 살펴본다.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는 국가에서도 일어나는 정치적 혼란을 민주주의 쇠퇴로 연결해서 해석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열린책들, 바버라 월터)도 주목할 만한 책이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의사당 난입 사태까지 일으킨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행태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을 연상시키는데, 민주주의 후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한국인의 탄생’을 쓴 홍대선과 논객 한윤형은 ‘뉴라이트 사용설명서’(메디치미디어)에서 뉴라이트 사관과 주장하는 잘못된 쟁점 10가지를 살펴본다. 비슷하게 ‘혐오 장사’를 키워드로 한 ‘마녀사냥’(메디치미디어, 전지윤·송요훈·이도경)도 나온다. 혐오와 대립으로 치닫는 사회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타적 마음을 내세우는 최태현 서울대 교수(행정대학원)의 ‘이타주의자 선언’(디플롯)도 있다.



해방 공간에서의 좌우 이념의 대립은 한국의 이념 지형 이해의 힌트가 된다.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의 모니카 김의 ‘한국전쟁의 심문실’(후마니타스)은 38선의 움직임만큼 좌우 선택이 유동적이었던 한국전쟁 시기, 심문실에서 행해진 ‘당신은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어느 나라의 국민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과 답을 자료를 통해 살핀다. ‘간첩 할머니 엄주분’(창비)은 김두식 교수(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신작 르포다. ‘남파 공작원’ 엄주분의 생애를 추적하고 복원한다.



탄핵 국면에서 엠제트(MZ)세대의 역동적 시위 문화가 관심을 끌고 있는데, 1980~1990년대 전교조 운동에 영향을 받은 10대의 고등학생 운동을 조망한 ‘고등학생운동사’(동녘)도 출간된다. 다른몸들 활동가 조한진희의 기획으로 여러 필자가 참여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자유의 길: 경제학과 좋은 사회’(21세기북스)는 윤석열의 ‘자유 타령’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하이에크, 프리드먼의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거인에 맞서 미국의 핵심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진정한 자유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힌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미션 이코노미: 달을 쏘다 별이 되는’(이음)에서 자본주의 시장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시드니공과대학 칼 로즈 교수의 ‘깨어 있는 자본주의’(여문책)는 정치적 영향력과 기업 자체의 도덕화를 통해 불평등을 통제하는 불평등 완화 방안을 제시한다. 런던정경대 경제학자 대니얼 챈들러가 쓴 ‘자유와 평등’(교양인)이 보편적 기본소득이라는 평등주의의 로드맵을 그린다.



1월 시작되는 제2기 트럼프 정부가 재편할 국제 질서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과 러시아를 ‘제국’의 틀로 분석한 ‘미 제국 연구’(앤서니 홉킨스)와 ‘러시아 제국 연구’(발레리 키벨슨·로널드 수니) 두 책이 나온다(너머북스). ‘투키디데스의 함정과 미중관계, 한국의 길’(사회평론)은 기존 강대국이 갈등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강대국이 부상하면서 생겨나는 충돌(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다룬다. ‘굴라크’와 ‘철의 장막’의 저자 앤 애플바움은 1929년의 스탈린의 농업 집단화 전쟁 중 300만명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사망하는 대기근을 정치적 전쟁이라고 해석한다. ‘붉은 굶주림: 스탈린의 우크라이나 전쟁’(글항아리). 러시아 역사 전문가 블라디슬라프 주보크는 1991년 소비에트 체제의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를 다루는 ‘소련 붕괴의 순간’(위즈덤하우스)을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술한다.



2월이면 만 3년이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10월 전면화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종전 80주년이 되는 제2차 세계대전과 함께 인류의 비극에 대한 고찰을 이끈다. 재야의 전쟁사학자 권성욱은 추축국 중심에서 벗어나 주변부에서 생존을 모색한 약소국들 입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재구성한다. ‘약소국들의 제2차 세계대전사’(열린책들). 세계 대전과 전후사의 권위자인 키스 로의 ‘야만 대륙: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유럽 잔혹사’(글항아리)는 종전 이후 유럽 대륙의 민족 간 갈등이 나치의 범죄에 버금갈 정도였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냉전’(서해문집)은 노르웨이 역사학자 오드 아르네 베스타가 1천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풀어낸 냉전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룬다.



한국 역사 분야의 기대작으로는 김혈조 영남대 명예교수의 ‘원문 열하일기’(돌베개)가 있다. 수많은 이본과 대조하여 하나의 교합본으로 완성했다. 인문학 연구자 강명관은 ‘홍대용 평전’(푸른역사)을 완성한다. 실학자나 뛰어난 과학사상가라는 이전의 틀 대신 ‘실천적 정주학자’로 해석한다. 우사의 종횡무진한 행적을 촘촘하게 되살린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의 ‘김규식 평전’(돌베개)은 총 4권 중 항일운동 시기(3권)까지 나올 예정이다.



불평등과 청년 문제, 돌봄 의제 등 대표적인 사회 의제를 다룬 책들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많이 쏟아진다.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조은주는 ‘서사화되지 않는 꿈’(생각의힘)에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의 삶에서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 불평등과 긴밀하게 결합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신과 분석의 나종호와 내과 전문의 정희원이 쓴 ‘가속사회의 청년들’(문학동네, 하반기)은 데이터를 통해 엠제트세대의 몸과 마음을 살펴본다. ‘특권계급론’(오월의봄, 클라이브 해밀턴·마이라 해밀턴)은 불평등 구조의 수혜자인 이들이 누리는 특권이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사례를 살펴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리처드 리브스는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민음사)에서 진보 정치가 외면한 젊은 남성들의 문제를 짚어본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해체에 반대 입장을 내기도 한 ‘20 대 80의 사회’의 저자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요한 하리는 신종 비만치료제를 매개로 아이슬란드·일본·미국 등 세계 각지의 전문가에게 비만과 몸, 의지력과 수치심에 관해서 묻는다. ‘매직 필’(어크로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를 쓴 리단은 중증 정신질환자와 이들을 돌보는 가족, 친구, 연인을 만나고 쓴 ‘중증의 세계’(반비)를 내고, 하은빈은 근육병을 가진 연인과 사랑하고 헤어지면서 느낀 장애와 몸과 돌봄의 문제를 ‘우는 나와 우는 우는’(동녘)에 담는다. ‘이타·돌봄·상처의 윤리학’(다다서재)은 젊은 철학자 지카우치 유타가 진화생물학·문학 등을 넘나들며 이타적 돌봄에 관한 문제를 고민한다.



여성 분야 기대작으로는 여성학 연구자 김미선이 한국 현대사 속 여성 경제주체들을 호명하는 ‘여사장의 탄생’(마음산책)이 있다. ‘모성의 공동체’(연립서가)는 화가 윤석남이 여성 독립운동가 100인의 초상화를 그렸다. 여성 철학자 클레어 맥 컴해일, 레이첼 와이즈먼의 ‘형이상학적 동물들’(바다출판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남성들이 징집되어 떠난 옥스퍼드대학교 강의실에서 만난 여성 4인의 철학적 모색과 우정을 다룬다.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교 인류학과 이상희 교수의 ‘나라는 인류로부터’(김영사)는 ‘한국 고인류학 연구자 1호’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연구자, 교수, 이민자, 동양인, 여성, 아내, 엄마 등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온 이야기다. ‘우리, 나이 드는 존재’(휴머니스트)는 김하나·정희진 등 10명의 여성 작가가 잘 나이 들기 위해 하는 일을 공유한다.



기후위기 대처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책도 눈에 띈다.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의 저자인 브렛 크리스토퍼스는 ‘가격은 틀렸다’(여문책)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가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를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 문제로 살펴본다. ‘초과: 어쩌다 세계는 기후 붕괴에 굴복하였는가’(두번째테제)는 환경사상가 안드레아스 말름의 ‘화석 자본’에 이은 환경서로, 파국의 지구온난화에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김범준의 만화 명작 ‘기계전사 109’(바다출판사)가 복간되는데, 1989년부터 연재된 이 작품은 사이보그의 계급투쟁을 다뤘다. ‘새로 쓴 아틀라스 세계사’(사계절)는 ‘아틀라스 세계사’ 시리즈 중 유일하게 번역서였던 것을 역사책 저자·편집자 강창훈이 다시 썼다.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사계절)는 영국 케임브리지 히스토리 시리즈의 번역본인데, 김호동 서울대 명예교수가 전세계 연구자를 모아 편찬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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