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체인의 눈' 軍정찰위성 본격 운용
전자광학·적외선장비 탑재 1호기 이어
합성개구레이더 장착 위성 추가 발사
날씨·밤낮 상관없이 24시간 정밀감시
미사일 발사 전 선제타격·무력화 가능
北 '만리경 1호'는 성능 10배 뒤처져
軍, 2030년 초소형 위성 50~60기 확보
우주로 작전반경 넓혀 첩보능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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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 있는 30㎝ 물체도 식별이 가능합니다. 북한의 탱크 번호판까지 추적할 수 있고 김정은 동선은 손금 보듯 감시할 수 있습니다. 필요할 때, 원하는 북한 지역을 다 촬영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군(軍) 정찰위성 1호기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관계자가 군 정찰위성 1호 전자광학(EO) 카메라 제작 정밀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군의 정찰위성 1호기는 2023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 군 기지에서 팰콘9에 탑재돼 성공적으로 발사된 후 2024년 7월까지 운용 시험 평가를 거쳐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 같은 해 8월 북한 내 주요 표적을 정찰, 감시하는 임무를 시작했다.
그동안 대북 정보 수집을 미국에 상당 부분 의존해온 데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우리 군이 정찰위성을 운용하는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2024년 4월에는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군 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했다. EO 및 적외선(IR) 장비를 탑재한 군 정찰위성 1호기에 이은 두 번째 위성이다. SAR 탑재체를 장착한 첫 번째 위성으로 고해상도의 성능을 지녔다.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세 번째 군 정찰위성이 성공적으로 우주에 안착했다. 3호기는 두 번째 SAR 위성이다. SAR 위성 2호기는 현재 운용 시험 평가 중이며 2025년 2월께 임무 수행을 개시할 예정이다.
동일한 SAR 위성이 두 기로 늘어난 만큼 정찰위성의 군집 운용이 가능해졌다. 위성의 군집 운용은 여러 대의 위성이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을 뜻한다. 정보 획득 기회가 많아지고 관측 각도가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위성 고장 등의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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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대북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자 군은 중대형 정찰위성 확보를 위한 ‘425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425 사업은 EO·IR 위성 1기(1호기)와 SAR 위성 4기(2∼5호기) 등 정찰위성 총 5기를 배치하는 프로젝트다. SAR의 발음 ‘사’와 EO의 발음 ‘이오’를 합쳐 425(사이오)라는 이름이 붙었다.
군 정찰위성 1호기는 위성 카메라 반사경을 우리나라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까지 늘렸을 때 반사경의 표면 가공 오차는 과속방지턱 높이 정도까지만 허용될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서울에서 LA까지 거리는 약 1만 ㎞에 달하는데 과속방지턱 높이인 10㎝ 정도의 오차 수준으로 초고정밀 식별이 가능하다.
EO 및 IR 촬영 장비를 탑재한 1호기의 경우, EO 장비는 가시광선을 활용해 지상의 영상을 직접 촬영하기 때문에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날씨에 영향을 받아 구름이 많이 낀 날에는 임무 수행이 제한된다. IR 장비는 온도 차에 따라 구분되는 적외선 검출 센서를 이용, 영상 정보를 획득해 야간에도 촬영이 가능하다. 다만 EO·IR 위성은 기상 조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SAR 위성이다. 2호기~5호기는 고성능 영상 레이더가 탑재된다.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주야간 촬영을 할 수 있다. 특히 날씨에 무관하게 24시간 영상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 대북 감시 정찰에 더욱 촘촘한 감시망을 구축하게 되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EO·IR 위성은 하루에 두 번 한반도를 재방문할 수 있지만 SAR 위성은 하루 4∼6회 정도로 2배 이상 자주 방문해 촬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찰위성은 군 감시 정찰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적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해 유사시 발사 전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군의 ‘눈’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적이 핵·미사일 공격을 실행하기 전에 이를 무력화하는 선제 타격 체계인 킬체인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주목할 내용은 군 정찰위성을 통해 군의 작전 영역이 우주로 확대되고 우주에서 북한의 전 지역을 감시할 수 있다는 이점이다. 군의 작전 속도는 물론 더욱 정밀하고 공세적으로 전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강화된다. 지상과 해상에서 첩보 수집 능력도 배가돼 작전 반경이 한층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정찰위성 5기를 통해 북한 군 시설과 배치 현황, 장비와 병력, TEL 등의 움직임을 촘촘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그만큼 작전 계획도 정밀해질 수 있다.
군은 앞으로 2기의 정찰위성을 더 쏘아 올려 2026년까지 모두 5기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425 사업으로 5기를 모두 전력화하면 북한 내 특정 표적을 하루 2시간 간격으로 감시·정찰할 수 있게 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 탐지 및 종심 지역 전략 표적을 훨씬 세밀하게 감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북한도 2023년 11월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 군 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감행했다. 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우주 안착에 성공했고 감시·정찰 임무 수행에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리경 1호’ 발사 다음날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해 “정찰위성들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통합적·실용적으로 운용해 공화국 무력 앞에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더욱 높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의 우주경쟁을 예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우주군 소속 제18우주방위대와 국제우주공간연구위원회도 만리경 1호에 위성번호(SATCAT) 58400, 인공위성 식별번호(COSPAR ID) 2023/179A를 부여하며 운용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의 성능은 미지수다. 북한은 주한 미군기지는 물론 미국 워싱턴과 본토 해군기지 등의 촬영에 성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성능을 가늠할 수 없다.
아울러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북한 위성의 고도가 점점 떨어져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고도가 다시 높아진 것으로 보아 제어 및 추력 장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추력기를 통해 원하는 궤도에 진입하거나 궤도를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것만으로도 우주발사체 기술의 적지 않은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면 본격화된 남북한 군 정찰위성 경쟁, 기술적 측면에서 누가 우위에 있을까.
당장 군 정찰위성 1호기의 해상도는 30㎝ 미만 수준이다. 세계 5위급이다. 이는 수백 ㎞ 상공에서 대북 감시정찰 최우선 표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물론 달리는 차량의 종류까지 식별할 수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의 군 정찰위성은 3m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상도 3m는 수백 ㎞ 상공에서 가로세로 3m 크기의 물체를 하나의 점으로 식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활용도가 군사용으로 쓰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 군의 정찰위성이 가로세로 30㎝ 크기의 물체를 판별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기술적 격차가 있는 것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북한 정찰위성이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우리는 대학생 수준”이라고 평했다.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만리경 1호’에 대해 “궤도는 돌고 있다” 면서도 “(만리경 1호가) 일을 하는 징후는 없다. 하는 것 없이, 일 없이 돌고만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우리 군은 425 사업과 별도로 2030년까지 소형 및 초소형 정찰위성 50∼60기를 확보하는 사업 계획도 별도 추진한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425 위성과 달리 초소형 정찰위성은 고체연료로 운용된다. 이를 통해 군 당국은 425 위성에 소형 및 초소형 정찰위성이 가세하는 2030년에는 북한을 바라보는 정찰 주기를 30분까지 단축할 방침이다.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의 연료 준비 시간이 20~3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이상 동향을 포착할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 ‘공격 징후가 임박하면 먼저 북한을 제압한다’는 킬체인 역량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역량을 ‘우리 눈’을 통해 확보한다는 점에서 대북 위성 정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보다 독자적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정규헌 방위청 우주지휘통신사업부장은 “우리 군은 신속한 징후 감시 및 조기 경보를 위해 초소형 위성 체계도 개발 중”이라며 “군 정찰위성 425 사업과 초소형 위성 체계의 상호 보완적 운용으로 군 독자적 감시 정찰 자산의 역량을 극대화해 북한 위성 대비 압도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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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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