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2025년 새해 첫 거래일인 2일(현지시간) 하락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후인 12월26일부터 5거래일째 약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지수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4거래일째 내림세다.
최근 3개월간 S&P500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
━
산타 랠리 실패, 불길한 조짐?
━
한 해의 마지막 5거래일과 새해 첫 2거래일 동안 증시가 오르는 것을 산타 랠리라고 한다. 이번 산타 랠리 기간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올 1월3일까지다. 산타 랠리 기간을 마지막 하루 남겨 놓은 상황에서 미국의 3대 주가지수 모두 산타 랠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S&P500지수는 산타 랠리 기간이 시작된 후 6거래일간 1.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는 2.4%, 다우존스지수는 1.2% 떨어졌다.
산타 랠리는 새해 증시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산타 랠리에 실패하면 한 해 전체를 하락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속설이다. 하지만 이 속설은 신빙성이 높지 않다. 2023년 말과 2024년 초 사이에도 산타 랠리는 없었지만 지난해 증시는 급등했다.
투자 뉴스레터를 분석해 평가하는 허버트 레이팅스의 마크 허버트는 마켓워치 기고문을 통해 1896년 이후 다우존스지수를 추적한 결과 산타 랠리가 있었던 경우 새해에 다우존스지수가 상승할 확률은 66.7%, 산타 랠리가 없었던 경우 상승할 확률은 60.7%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
1월 효과, 진짜 있나
━
월가에는 1월 효과란 말도 있다. 역사적으로 1월에는 주가 수익률이 손에 꼽힐 정도로 좋다는 통계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1928년 이후 S&P500지수는 1월에 평균 1.2% 올랐다. 이는 다른 달의 평균 수익률 0.6%를 크게 앞서는 것이다.
1928년 이후 S&P500지수의 월별 평균 수익률/그래픽=김지영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증시가 1월에 다른 달보다 더 오르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주식 양도소득세를 줄이려 연말에 손실이 나고 있는 주식을 팔았다가 1월에 다시 사들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1월 효과가 2000년 이후 약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자산운용사인 인베스코 조사에 따르면 S&P500지수는 1928년부터 2000년까지 1월에 평균 1.7% 올랐다. 반면 2000년부터 2023년 사이에는 1월에 오히려 평균 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효과가 특히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소형주 위주의 러셀2000지수도 2000년 이후에는 1월 효과가 약화됐다. 인베스코에 따르면 러셀2000지수는 1979년부터 2000년까지는 1월에 평균 3.2% 상승했다. 하지만 2001년부터 2023년 사이에는 0.1% 오르는데 그쳤다.
━
1월 효과로 수익 얻으려면
━
UBS 글로벌 자산운용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12월에 손실을 현실화했다가 1월에 그 종목을 재매수하면서 1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전 해에 주가가 하락한 종목을 매수하면 1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UBS는 "지난 35년간 S&P500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한 해 동안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 종목은 다음해 1월에 평균 2.3%의 수익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울프 리서치도 최근 주가 수익률이 가장 나빴던 100개 종목이 12월15일부터 다음해 1월 말까지 시장 평균 대비 2.5%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냈다며 지난해 주가가 급락한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와 인텔 등이 1월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1월 효과가 최근 수십년 사이에 약화됐다는데 동의하면서도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매출액비율(PSR) 등 밸류에이션이 낮은 소형주가 1월에 좋은 주가 흐름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1989년 이후 밸류에이션이 낮은 소형주들은 동일 비중 러셀2000지수보다 1월에 평균 1.6%포인트 더 높은 주가 수익률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
1월 수익률이 한 해 전체 좌우하나
━
1월 효과는 1월에 증시가 오르면 그 해 전체적으로도 증시가 상승한다는 속설로 이어진다. 스트래터개스에 따르면 S&P500지수가 1월에 오르면 6개월 후 평균 6.9% 상승했고 1월에 떨어지면 6개월 후 평균 0.6% 하락했다.
스트래터개스의 기술적 분석 및 거시 전략팀장인 크리스 베론은 2일 보고서에서 "1월의 주가 수익률은 역사적으로 6개월 후 주가 움직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새해 첫 달인 1월의 증시 흐름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S&P500지수가 여기에서 반등할지, 아니면 지지선인 5675에 더 가까이 내려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현재로선 단기 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S&P500지수는 2일 5868.60으로 마감했다. 저항선은 6100선이다.
펀더멘탈 상으로 미국 증시는 견고한 경제 성장세와 AI(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수혜 등 지난해 강세장의 연료가 됐던 원동력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반면 최근 차익 실현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이 높은 밸류에이션은 추가적인 주식 매수를 꺼리게 만드는 부담이 되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 영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투자 결정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미국 증시는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소 완화되고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힐 때까지 당분간 관망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3일엔 공급관리협회(ISM)의 지난해 12월 제조업 지수가 발표된다. 미국 증시는 오는 10일 지난해 12월 고용지표 발표와 오는 15일 지난해 4분기 어닝 시즌 개막으로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