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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한 쓴소리…공직사회를 고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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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노한동 지음, 사이드웨이 펴냄, 1만8000원


"공직사회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항상 바쁘기만 하다."

100만 공직사회의 구조적 무능을 행정고시 출신 전직 중앙부처 서기관(4급)이 신랄하게 꼬집는 책이 출간됐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출판, 체육, 저작권 정책을 담당했던 저자는 대한민국 관료 조직이 무의미한 노동과 쓸데없는 규칙, 구조적 비효율과 책임 회피, 무기력한 일상과 좌절로 가득 차 있다고 비판한다.

책은 개개인은 영리한 공무원들이 공직사회의 구성원이 되면 무능해지는 현실을 고발한다. 상명하복과 조직 우선주의 문화, 예산을 절약하면 오히려 질책을 받는 구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연구용역과 위원회 등 행정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들을 저자가 직접 경험한 다양한 사례로 꼬집는다.

특정 예술인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했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언급이 특히 눈에 띈다. 저자는 해당 업무가 자신이 군 입대로 자리를 비운 시기에 진행돼 부당한 업무 지시를 피할 수 있었다며 일선 실무자들이 늘상 위법한 지시에 노출된다고 지적한다. 국장급 이하 공무원들까지 구속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월성원전 자료 삭제 사건,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 등도 소개한다.

저자는 관료 조직의 시스템을 지적하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공무원들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들이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겪는 피해자가 아니라, 관성을 타파하지 못하고 생존과 이익을 위해 그것에 순응하는 가해자라고 강조한다. 책은 비난을 넘어 관료 조직의 개혁 방안도 제시한다. 순환보직 제도 개선을 통한 전문성 제고, 책임에 걸맞은 권한 강화, 가짜 노동을 만드는 관행 타파 등을 제안한다.

2023년 퇴직한 저자는 관료로 일한 10년 동안 자신이 사회에 기여했다고 내세울 일이 하나도 없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책을 통해 공직사회의 다양한 '헛짓거리'들을 알리는 것이 공직자로서 마지막 소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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